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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영혼을 잠식한다… 델 토로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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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영혼을 잠식한다… 델 토로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

입력
2022.02.21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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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개 부문 후보... 23일 개봉

'나이트메어 앨리'는 1940년대 유행했던 필름 누아르 전통을 21세기 스크린에 복원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나이트메어 앨리'는 1940년대 유행했던 필름 누아르 전통을 21세기 스크린에 복원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면면이 화려하다. 감독은 기예르모 델 토로다. 2018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으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명장이다. 브래들리 쿠퍼와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토니 콜렛, 론 펄먼, 윌럼 더포 등이 출연했다. 혼자만으로도 스크린을 환하게 할 별들이다. 2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는 인적 조합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영화의 중심은 젊은 남자 스탠(브래들리 쿠퍼)이다. 그는 열차에서 자다가 종착역에서 내려 유랑극단과 우연히 마주한다. 딱히 갈 곳 없던 스탠은 단장 클렘(윌럼 더포)의 제안으로 허드렛일을 하게 된다. 스탠은 유랑극단 사람들과 안면을 트게 되고, 특히 지나(토니 콜렛)ㆍ피터(데이비드 스트러세언) 부부와 친하게 지낸다. 부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속임수를 써 돈을 번다. 스탠은 부부에게 비법을 배우고선 유랑극단에서 사랑에 빠진 몰리(루니 마라)와 함께 뉴욕으로 향한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유랑극단의 기괴한 면모로 이야기를 연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나이트메어 앨리'는 유랑극단의 기괴한 면모로 이야기를 연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연히 다르다. 스탠의 유랑극단 생활을 다룬 앞부분은 기이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닭의 목을 부러뜨려 피를 빨아먹는 기인이 등장하고, 몸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몰리의 기예가 펼쳐진다. 죽은 태아를 모으는 클렘의 기행이 스크린을 서늘하게 하기도 한다. 기괴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악마의 등뼈’(2001)와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 등 공포물과 판타지물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델 토로 감독의 장기가 스며 있다.

후반부는 델 토로 감독 영화답지 않다. 필름 누아르의 전통에 기댄다. 스탠의 욕망을 자극하는 위험한 여인 릴리스(케이트 블란쳇)가 주요 역할을 한다. 스탠은 독심술을 넘어 심령술까지 지닌 것처럼 자신을 포장한다. 한몫 잡기 위해 릴리스를 통해 거물 사업가에게 접근한다. 헛된 욕망은 스탠의 영혼을 잠식한다. 파멸은 예정된 수순이다.

'나이트메어 앨리'의 주인공 스탠(오른쪽)은 유랑극단에서 일을 배우고 사랑을 얻은 후 뉴욕에서 새 삶을 도모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나이트메어 앨리'의 주인공 스탠(오른쪽)은 유랑극단에서 일을 배우고 사랑을 얻은 후 뉴욕에서 새 삶을 도모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델 토로 감독 영화 최초로 유령이나 괴물 등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신비하고 기기묘묘하면서 오싹한 그의 영화를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반면 고전영화, 특히 필름 누아르를 애호하는 영화팬이라면 반길 듯하다. 누군가의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이는 여인, 남녀의 위험한 사랑, 자신만만해하다 몰락하는 인물의 모습 등은 위태로우면서도 매혹적이다. 1940년대 필름 누아르 스타일을 응용한 영화라 미국에서는 흑백버전 ‘나이트메어 앨리: 어둠과 빛 속의 환상’이 따로 개봉하기도 했다.

유명 배우들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한다. 1940년대 유랑극단과 뉴욕의 면모, 당대 복식 등 역시 볼거리다. 이야기의 발단에 해당하는 스탠의 유랑극단 생활이 지나치다 싶게 길다. 상영시간 150분 중 반 가까이 된다.

브래들리 쿠퍼가 '나이트메어 앨리'의 스탠을 연기했다. 당초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배우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알려져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브래들리 쿠퍼가 '나이트메어 앨리'의 스탠을 연기했다. 당초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배우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알려져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미국 작가 윌리엄 린지 그레셤(1909~1962)이 1946년 펴낸 동명 소설을 밑그림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할리우드에서 ‘악몽의 골목’(1947)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트메어 앨리’는 ‘악몽의 골목’의 리메이크는 아니다. 델 토로는 ‘퍼시픽 림’(2013)과 ‘헬보이’ 시리즈를 함께한 펄먼의 권유로 소설을 읽은 후 영화화를 결정했다. 다음 달 2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 4개 부문(작품상 촬영상 의상상 미술상) 후보에 올라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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