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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 심각한 난민 통역... 그나마 심사 따로 재판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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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 심각한 난민 통역... 그나마 심사 따로 재판 따로

입력
2022.0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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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자 급증 대비 통역 부족해
"난민·법정 통역인 심사 일원화 필요"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렸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 샤르바트 굴라의 모습. AP 연합뉴스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렸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 샤르바트 굴라의 모습. AP 연합뉴스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머물던 이집트 남성 A씨는 2018년 11월 인천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강제 퇴거명령을 받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한국 여성 성추행 방법'이라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난해 9월 법원은 A씨에 대한 퇴거명령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문제가 있는 이집트 남성들을 향해 "얼른 이집트로 돌아가라. 우리는 너와 같은 찌질이들로부터 해방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인천출입국은 "즐겁게 추행하길 바란다. 조만간 이집트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오역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A씨가 이집트 남성들을 비판한 발언들도 일부 누락됐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통역인 및 서울출입국 아랍어 특채 직원의 번역자료와 외국대학 교수의 자문을 토대로 'A씨가 성추행을 일삼는 이집트 남성들을 풍자·비판한 영상을 만들었다'고 결론 내렸다.

소수 언어 난민 신청자 많은데… 통역인력은 턱없이 부족

언어별 난민 전문 통역인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언어별 난민 전문 통역인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난민 심사 및 소송 과정에서 잘못된 통역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들고 억울해하는 난민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난민전문 통역인 제도를 정비해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오역으로 인한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신청자는 총 2,341명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301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방글라데시 233명, 나이지리아 164명, 인도 148명, 파키스탄 131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인력은 매우 부족하다. 통역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강화된 난민전문 통역인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법무부는 181명의 통역인을 선발할 예정이지만, 방글라데시 난민을 지원할 수 있는 통역인은 4명에 불괗다.

지난해 방글라데시 난민 신청자는 중국 다음으로 많았지만, 통역인 한 명이 55명을 상대해야 할 만큼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화우공익재단의 이현서 변호사는 "소수 언어의 경우 통역사로 활용할 전체 인력 자체가 적어, 난민 신청자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선발하는 통역인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2020년 2,000명대에 그쳤던 통역인을 대폭 늘려 지난해 4,268명을 뽑았지만, 난민 사건뿐 아니라 외국인을 상대로 한 모든 재판을 보조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에선 여전히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성 강화 위한 검증체계 도입·보수 현실화 절실

전문가들은 통역인 인증평가 일원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법무부부터 법원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일정 수준의 통역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심사·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는 "기관별로 자체 통역인을 뽑으면서 세금이 중복 집행되는 측면도 있다"며 "국가가 인증하는 일원화된 시험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수 증액도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안이다. 현재 각급 법원 소속 통역인은 대법원 예규에 따라 첫 30분은 7만 원, 이후 30분마다 5만 원을 지급받는다. 법무부의 난민전문 통역인은 시간당 5만 원을 받는다. 일반 동시통역이 시간당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 의료 통역은 시간당 10만~15만 원의 보수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적은 수준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 통역인에 대한 예산 자체가 적다 보니 업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원했다가 실력이 쌓이면 다른 시장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우수 재원 확보를 위해 보수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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