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소년심판'에 우크라이나 전통 음악이 쓰인 이유

알림

'소년심판'에 우크라이나 전통 음악이 쓰인 이유

입력
2022.03.09 04:30
0 0

한국 가수가 우크라이나어로 부른 '슈체드릭'
음악감독 "모호한 곡 분위기, 소년의 양면성 부각" '나 홀로 집에' 그 노래... 영어권에서 캐럴로 친숙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교복을 입은 백성우(이연)가 피범벅이 돼 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이 장면에 우크라이나 음악 '슈체드릭'이 흐른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교복을 입은 백성우(이연)가 피범벅이 돼 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이 장면에 우크라이나 음악 '슈체드릭'이 흐른다. 넷플릭스 제공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번쩍이는 번화가를 뒤로하고 교복을 입은 소년은 경찰서로 향했다. 그의 얼굴과 손은 온통 피범벅이다. 고개를 떨군 채 걷는 소년의 머리 위엔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8일 기준 한국과 일본 넷플릭스에서 '오늘의 톱10'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 '소년심판'은 1회 시작부터 환희와 비극을 이렇게 한 장면에 담아 긴장감을 준다. 초등학생이 토막 살인된 성탄,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천사의 합창을 연상케 하는 낯선 외국어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우크라이나 전통 음악 '슈체드릭'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풍성한 저녁'이란 뜻의 이 곡은 회 마지막 장면마다 흘러 극을 더욱 미궁에 빠뜨리고, 서늘함을 돋운다. 국내 드라마에 우크라이나 노래가 메인 테마곡으로 쓰이기는 이례적이다.

'슈체드릭'은 우크라이나에서 새해를 맞을 때 부르고 듣는 노래라고 한다. 정작 우크라이나 밖 미국 등에서 이 곡은 크리스마스 캐럴로 더 친숙하다. '슈체드릭'은 '캐럴 오브 벨'이란 영어 곡으로 번안,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 등이 부르고 영화 '나 홀로 집에'(1991)에서 꼬마 케빈 맥콜리스터(맥컬리 컬킨)가 홀로 집에서 성탄을 맞으며 도둑을 물리치기 위해 문 앞에 장난감을 깔아 놓는 장면 등에 쓰여 유명해졌다.

영어 캐럴로 친숙한 노래를 '소년심판'은 왜 우크라이나어로 실었을까. 김태성 '소년심판' 음악감독은 8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소년 시절은 누군가에겐 가장 행복한 시기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겐 가장 어둡고 참담한 시기일 수 있다는 드라마의 주제 의식을 살리고 싶어 '슈체드릭'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평소 좋아하던 이 곡에서 모호함의 정서를 진하게 느꼈는데, 원곡의 언어인 우크라이나어를 써 소년의 낯섦을 더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슈체드릭'은 한국 가수 인니가 우크라이나어로 불렀다. '소년심판' 시청자들도 이 곡을 흥미로워하는 분위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풍성한 저녁'이란 노래가 뜻하는 것과 드라마 상황이 묘하게 대비된다'(@NS_saran****), '신나고 밝은 캐럴과 달리 스산한 느낌을 줘 드라마 분위기와 잘 맞는다'(@oe_****) 등의 글이 올라왔다.

최근 서울 도심에선 우크라이나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음악이 울려 퍼졌다.

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 기원 촛볼 시위에선 '카만클라야스?(Kā man klājas?)'란 곡이 흘렀다. 이 곡에 맞춰 시위 참여자 200여 명은 눈을 감고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숨진 우크라이나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했다. 평화 시위를 이끈 '전쟁없는 세상' 관계자는 본보에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구 소련 정부가 방사능 낙진이 모스크바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공 핵구름을 만들었다"며 "그 구름을 느릎나무 숲으로 옮겼고, 그렇게 방사능비를 대신 맞고 죽은 느릅나무와 생명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 반전 시위 추모 음악으로 썼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