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지나 윤 후보에게 역전 허용
5년 만에 정권 빼앗길 처지 놓여
9일 오후 7시 30분 이재명 후보가 ‘예상 밖’으로 선전한 출구조사 결과를 받아 든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 희망은 5시간 밖에 가질 못했다. 10일 오전 0시 35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하면서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초반 선전에 송영길 대표 눈물 흘리기도
‘이재명 47.8% vs 윤석열 48.4%’의 초박빙 접전을 알리는 방송 3사(KBSㆍMBCㆍSBS) 출구조사 결과가 TV 화면에 뜨자 패색이 짙었던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선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맨 뒷줄에 앉은 당직자들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섰다. 10초 뒤 이 후보가 0.7%포인트 차로 앞선다는 JTBC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직후에는 “이겼다, 이겼다”를 외치는 함성이 쏟아졌다. 이틀 전 유세 현장에서 둔기 피습을 당해 머리에 붕대를 감고 모자를 쓴 채 방송을 지켜보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까지 흘렸다.
개표 초반, 이 후보가 50%대 득표로 윤 후보(40%대 중반)를 5, 6%포인트 차로 앞서자 민주당은 더욱 고무됐다. 일부 의원들은 휴대폰으로 ‘새벽 승리’라는 문구를 띄워 보였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 5연승’이 머지않았다는 듯 들뜬 분위기였다. 송 대표는 오후 8시쯤 진행된 인터뷰에서 “뒤처져 있던 이 후보의 상승 추세가 (출구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이라며 “우리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도감에 오후 8시 30분쯤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자리를 비웠다.
윤석열 역전에 침통... 웃음기 사라져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후 11시 10분쯤 윤 후보와의 격차가 2, 3%포인트 차로 좁혀지자 의원들이 속속 돌아오기 시작했다. 10일 0시 35분(개표율 51.7%)에는 윤 후보가 48.4%로 이 후보(48.2%)를 앞서자 의원들과 당직자들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이전에도 박빙 열세였던 이 후보는 결국 윤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10일 오전 2시쯤(개표율 82%) 윤 후보가 48.7%(이 후보 47.8%)로 승기를 굳혀갔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며 애써 표정관리를 했지만 '윤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는 KBS 보도가 나오자 일제히 침묵했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정권교체 10년 주기설’마저 지키지 못한 허탈함이 역력했다. 저녁에 자리를 뜬 송 대표와 이낙연 총괄 선대위원장,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이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개표 상황실이 마련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5년 전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선언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출구조사에서 압도적 승리가 점쳐지자 30분 만에 이곳을 방문해 당원들을 격려했다. 패색이 짙어진 이 후보는 오전 2시 25분쯤 윤 후보 당선 유력 보도가 나온 이후, 자택을 나서 여의도 당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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