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비리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특검이 대선 이후 최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3월 임시국회에서 특검법 처리가 가능하다”고 운을 떼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국민이 다 보시는데 어떤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장동 특검을 바라보는 여야의 속내가 달라 양쪽 주장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여야가 각기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은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검 선출방식은 물론 수사 대상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올스톱 상태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인허가 과정의 최종 승인권자였던 이재명 민주당 전 대선 후보를 정면으로 겨눈 반면, 민주당은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를 특검 대상에 포함시켜 윤 당선인을 정조준하고 있다. 여야는 이견 차를 좁혀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기보다 대선 기간 내내 상대방을 대장동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에만 몰두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여야의 동상이몽은 변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를 포함한 상설특검법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상설특검은 도둑이 도둑 잡는 수사관을 선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힘겨루기만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특검 수사로 이재명 전 후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윗선’ 규명을 위한 특검이 자칫 정치 보복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상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스템으로 가야 할 문제”라고 대장동 처리 방향을 제시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특임검사 등의 대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검이든 특임검사든 윗선의 실체와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라는 대장동 의혹의 두 축은 분명히 규명돼야 한다. 여야 공히 국민적 의혹을 규명할 의지가 있다면 말로만 특검을 외칠 게 아니라 당장 특검법 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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