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
소상공인 비중 낮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고려
기존 중고차 업계, 독과점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
정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3년 넘게 끌어왔던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도 국내에서 벤츠나 BMW를 포함한 수입차 업계와 동등한 입장에서 중고차 시장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중고자동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심의위는 "앞서 요청한 보완실태조사 연구용역 결과를 이날 보고 받고, 신청단체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은 후 지정 여부를 심의했다"고 밝혔다.
업계의 오랜 갈등을 고려한 듯 이날 오전 시작된 심의위는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심의위엔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단체 추천 위원 각 2명씩 총 8명과 동반위 추천 위원 2명, 공익위원 5명이 참여했다.
심의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우선 중고차 판매업 분야에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른 서비스업 분야와 비교할 때 중고차 판매업은 '도‧소매업'이나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에 비해 소상공인 비중이 낮은 데다, 해당 소상공인들의 연평균 매출액이 높고 무급가족종사자 비중 또한 낮은 부분도 고려됐다.
중고차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도 비중있게 평가됐다. 심의위 측은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나 완성차업계의 진출로 중고차 성능・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와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심의위 측은 또 앞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실태조사와 전문가・소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대기업 간의 역차별 문제 및 소비자 후생에 우려된다고 진단한 부정적인 영향 평가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한 중고차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합류할 경우 자동차뿐 아니라 부품시장까지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에서다. 한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영세한 중고차 업계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상대가 되겠느냐"며 완성차업체가 시장에 들어오면 기존 사업자의 상당수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심의위 측은 "향후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 진출에 따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 "준비는 끝났다"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7일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신차 수준의 상품화를 골자로 한 중고차 사업 비전과 방향도 공개했다. 지난 7월엔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자체 로드맵도 내놨다.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 중에서도 5년·10만㎞ 미만의 차량을 제한적으로 거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상생안을 제시하는 한편, 시장점유율을 올해 2.5%, 2023년 3.6%, 2024년 5.1% 등 상한선을 두고 자체적으로 제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2019년 2월 보호기간이 만료됐다. 같은 해 11월 중고차 업계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고 중기부는 2020년 5월까지 이를 결정해야 했지만 해당업계에 마찰이 심화되면서 2년 가까이 미뤄졌다.
생계형적합업종이란 진입장벽이 낮아 다수의 소상공인이 영세한 사업형태로 해당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분야로, 중기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업종·품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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