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선거 직후 축전에 그치지 않고 당선인에게 전화까지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윤 당선인과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한중 관계 현안을 잘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하자"고 했고, 윤 당선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시 주석의 이례적인 통화에는 새 정부를 향한 중국의 경계심이 깔려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3불 정책 폐기를 내세우며 한중 갈등을 불렀던 사드 추가 배치를 공언했다. "한국 국민, 청년들 대부분이 중국을 싫어한다"며 반중 정서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적도 있었다. 이에 주한 중국 대사는 "사드 같은 민감한 문제로 두 나라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잘 관리했으면 한다"고 직설적으로 견제한다. 시 주석 축전에 담긴 "수교의 초심을 지키자"는 표현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쳐 국제사회가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해 동북아 안보 정세를 4년여 전의 험악한 상황으로 되돌리려 한다. 제한적이라고는 해도 중국은 북한에 대해 다른 주변국과 비교할 수 없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고 대화에 나서도록 하려면 중국의 협력은 필수다.
새 정부가 공약대로 3불 정책 폐기로 나아가 사드 추가 배치를 진행하다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불을 보듯 뻔하다. 안보 상황과 국내외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다. 중국 역시 우리의 안보 태세 강화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지역 안보에 위협인 자국의 군사 행동을 자제하고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양국이 능동적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야말로 한중 수교 30주년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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