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여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휘발유와 경유 값이 30% 안팎 폭등한 게 가장 큰 배경이다. 에너지뿐 아니라 외식 물가 상승 폭도 커 빵(9.0%)과 생선회(10.0%), 치킨(8.3%)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소비자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인플레이션 등 국내 경제 전반의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물가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는 한 에너지 가격은 계속 출렁일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 가격 강세도 안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과 도시 봉쇄에 따른 공급망 차질도 제품 가격을 다시 밀어올릴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이어갈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는 내달부터 유류세를 30%까지 인하하고 영업용 화물차와 버스엔 유가 연동 보조금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선 자칫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대규모 추경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대로 재정 50조 원을 추경으로 쏟아부으면 물가상승률을 자극할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자영업자 손상보상 지원금도 실질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현재 가계부채는 1,800조 원대로 서민들을 짓누르고 있고, 국가부채는 2,200조 원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까지 추월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은 발등의 불이다.
물가 상승은 소득이 고정된 대부분의 국민에겐 ‘소리 없는 도둑’이다. 윤 당선인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겐 물가와 서민 생활 안정이 첫 시험대다. 자칫 '윤석열 노믹스'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인수위에서 추경 우회로에 대한 고민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현 정부도 정권 교체기를 틈탄 가격 인상 시도는 끝까지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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