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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기다리자"...'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두고 이대남들 옥신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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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기다리자"...'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두고 이대남들 옥신각신

입력
2022.04.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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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당선 후 인수위 구체적 시행 로드맵 내놓지 않아
'이대남' "취임 즉시라더니 말 바꾸나" 불만 터져
일부에서는 재원 마련 논쟁 불붙기도

지난해 12월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대선후보가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철원=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대선후보가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철원=국회사진기자단

"아니 왜 기사 내용이 매일 바뀌냐? 언제는 내년부터라고 했다가 언제는 취임 즉시라고 했다가...뭐가 맞는 거지?" "난 벌써 돈 받으면 차곡차곡 어떻게 모을지 계획 다 짜 놨는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시행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약 시행 시기나 방식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자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대남(20대 남성)들이 혼란스러워하면서 공약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대남들 중 "윤 당선인이 말을 바꾼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인수위가 구체적 공약 시행 로드맵을 내놓는 대신 병사 월급을 애초 약속했던 '취임 즉시'가 아닌 '내년부터' 인상한다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후에 시행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엇갈리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 이유다. 거기에 더해 월급은 현행 유지한 채 전역 시 월 200만 원에서 부족한 차액을 한꺼번에 지급한다는 뉴스까지 나오면서 헷갈린다는 이들이 많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이대남들이 윤 당선인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에는 배경이 있다. 이대남들은 병사 월급 인상 공약의 수혜자로, 20대 대선에서 "취임 즉시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공언에 핵심 지지층이 됐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에서 윤 당선인은 58.7%의 지지를 받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6.3%)를 따돌렸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이 후보가 58.0%를 확보해 윤 당선인(33.8%)을 앞섰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이대남 표심을 잡기 위해 여러 차례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며 군인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당시 병역제도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이후보가 '임기 내(2027년) 병장 월급 200만 원 인상'을 공약으로 내놓자, 윤 후보는 "(자신은)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임기 내'에서 '취임 즉시'로 시기를 앞당겼고, 적용 대상도 '병장 200만 원'에서 '모든 병사'로 넓힌 것이다.

1월 9일에 윤 당선인은 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한 줄 공약으로 '병사 월급 200만 원' 게시글을 올렸고, 다음날에는 인천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중한 안보 현실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청년들에게 사회 다른 영역에서와 똑같은 최저임금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여러 현실에 비춰서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발언이나 SNS 게시글 등을 통해 공약 이행 의지를 강조했으면서도 취임(5월 10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하지 못하자,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취임 즉시라면서 내년부터 줄 거면 즉시라고 하지 말았어야지", "취임 전부터 뒤통수 때리네", "즉시 준다고 해서 뽑았는데 배신감 든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수위 안팎에서 월급 200만 원을 실행하는 데 있어 예산 확보가 가장 큰 숙제라는 말들이 나오자 이대남들은 "소상공인 손실 보상도 50조 추경해서 빨리 줄 것처럼 말하더니 막상 당선되고 지금 조금씩 말 바뀌는 중인데?", "예산 탓, 민주당 탓, 무슨무슨 탓하면서 안 할 게 뻔하다"는 식으로 쏘아붙였다.

반면 일부 이용자들은 "이제 대학 복학생들 차 끌고 다닐 수 있겠다", "저거 잘 모아서 나오면 등록금도 해결되고 해외여행도 다녀오겠네", "(월급이 인상되면) 군대 가는 인식 자체가 바뀔 듯", "나는 11만 원 받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져야지"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는 입장이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20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병사 월급 200만 원은 주요 공약"이라면서도 "현재 확정된 것이 없고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대로 곧 말씀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문제?...일부 이대남 "여가부·전 부서 성인지 예산으로 충당하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시행 로드맵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도 온라인에서는 논쟁이 뜨겁다. 현재 병장 기준 월급은 67만 ,100원으로 연간 2조1,000억 원의 예산이 쓰이는데, 이를 세 배 가까이 인상하려면 연간 5조1,000억 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국방예산 54조 6,112억 원의 9.3%에 해당하는 액수다. 게다가 병사 월급 인상 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부사관·장교 등 간부 급여 체계 조정도 불가피해 예산이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부 이대남이 "여성가족부 예산 줄이고 그 돈으로 시행하라"고 반발하면서 여가부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 폐지하고 그 예산으로 하자", "성인지 예산에 갖다 버리는 세금이 얼만데 병사 월급 200만 원 가지고 논쟁하나", "전 부서 성인지 예산 삭감해서 재원 마련하라"며 관련 없는 예산을 들먹였다. 여성가족부·전 부서 성인지 예산으로 재원을 마련해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여성가족부 예산은 1조4,65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인 607조7,000억 원의 0.23%에 불과하다. 그중 9,063억 원은 한부모 가족, 1인 가구 등 가족 관련 정책에 쓰이고, 2,716억 원은 청소년 정책에 배정된 상태다. 또 성인지 예산은 별도의 목적을 두고 책정되는 예산이 아니다. 각 정부 부처 예산 중에 성평등 효과가 있는 사업의 예산을 모은 것으로, 예산이 성평등 관점에서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분류 기준일 뿐이다.

김호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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