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왜 이래?"
요즘 주변에서 많이 듣는 질문이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완전 분리, 일명 검수완박의 입법 시한을 4월 말로 정한 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맹목적으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처리로 인한 역풍을 기대하며 국민의힘이 속으로 웃고 있다는 지적에도 민주당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왜 검수완박에 이렇게 필사적일까. 민주당의 공식 답변은 대체로 이렇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세계적 추세이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한 검찰 권력이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더 오만해지지 않겠느냐고.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그렇게 중요한 과제였다면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시간이 있을 때는 무엇을 했을까. 그러다가 문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형사사법 체계의 골간을 바꾸는 대수술을, 그것도 열흘 안에 군사 작전처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 선뜻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를 이어 받을 새 수사기관의 얼개도 정해지지 않았고,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두고 당내에서조차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도 "일단 검수완박"만 외치는 민주당의 모습은 흡사 눈을 가린 경주마 같다. 검찰개혁의 당위성보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후보를 검찰 수사로부터 지키기 위해 민주당이 무리하게 검수완박을 추진한다"는 국민의힘과 검찰 일각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나홀로 질주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선 후유증 때문이라고 적잖은 민주당 의원들이 사석에서 털어 놓는다.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석패한 데서 오는 허탈감, 그리고 패배를 안긴 장본인이 검찰총장 출신의 윤 당선인이라는 사실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검찰개혁 요구로 들끓게 했다. 그리고 이런 분노는 검수완박을 주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검찰개혁 찬반 의원 명단을 만들어 '반대'로 분류된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고 지역구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압박하는 식이다.
대선 패배 이후 뚜렷한 당 리더십이 서지 않은 가운데 강성 지지층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 강경파 의원들이 득세했다. 여기에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이 기름을 부으면서 민주당 전체가 검수완박 일변도로 빠져든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4월 중 검수완박 입법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당론을 정한 뒤 돌진 중이다. 이로써 민주당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서 벗어나 평온을 찾았다. 대신 이들이 치러야 했던 이런 대선 후유증의 비용은 공동체 전체로 전가되고 있다. 지지층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익은 검수완박 입법의 결과물을 서둘러 사회에 이식하려 들면서 예상되는 장·단기적 부작용이 그런 비용이다.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을 위해 마련된 국회법 절차를 기발한 편법으로 무력화하고 있는 것도 나쁜 전례로 남을 것이다.
이 모든 혼란이 민주당의 대선 패배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대가로는 너무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