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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호황으로 일감 꽉 찼는데…정작 조선사는 인력난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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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호황으로 일감 꽉 찼는데…정작 조선사는 인력난에 '울상'

입력
2022.05.09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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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인력 55% 급감
선박 본격 건조되는 하반기 생산차질 우려
처우 개선 필수지만 원재룟값 급등에 발목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 선박 발주를 쓸어담으며 유례없는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업계는 갈수록 심해지는 '인력난'에 초비상이다.

지난해 대거 수주한 선박들을 본격 건조하는 올 하반기엔 1만 명에 가까운 추가 인력이 필요한데, 당장 현장에 투입할 기술자는 턱없이 부족해 업계는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도크는 찼는데 배 만들 사람이 없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013년 이후 최대 수주 기록을 세운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도 수주 시장에서 발군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들어(1~4월) 연간 수주목표인 174억 달러의 56%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연간 목표치(89억 달러)의 52%를 채웠고, 삼성중공업도 올해 목표 88억 달러의 23%(20억 달러)를 수주했다. 이 덕분에 한국 조선업계는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1분기 글로벌 수주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조선 3사 수주실적

조선 3사 수주실적


수주 실적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지만, 조선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도크(선박건조시설)는 채웠는데 정작 배를 만들 사람은 없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2016년 전후로 수주 절벽이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직영 생산인력을 20~30%씩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인력의 60~70%를 담당하는 협력회사들도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 여파로 2014년 20만 명 선이었던 조선업 인력은 지난해 말 9만2,000명으로 55%나 급감했다.

경남 거제도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도크 전경. 대우조선해양 제공

경남 거제도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도크 전경. 대우조선해양 제공

급격한 구조조정은 지금과 같은 수주 호황기에 고스란히 부작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통상 조선사는 선박 수주 후 설계를 거쳐 1년 뒤 건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인력난 문제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3분기(7~9월)에 9,5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지금의 수주 호황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어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인력난 해결 핵심은 돈…업계 "실적은 적자"

다만 인력난이 구조적 문제라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2015년 이후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기술자(용접·도장) 상당수가 처우가 더 좋은 경기 평택, 이천 등 수도권 건설현장과 중국 해외선사로 이직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은 노동 강도가 높은데 처우는 낮아 당시 떠난 경력 기술자를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게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7년 만에 협력사 직원 대상으로 생산직 공채를 진행했지만, 채용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처우가 낮은 협력사에 붙어 있는 구조인데, 수주 호황이 끝나면 다시 구조조정이 이뤄질지 모르는 불안 탓에 젊은이들은 조선업 기술직 취직을 꺼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3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하청노동자가 살아야 한국 조선업이 산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3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하청노동자가 살아야 한국 조선업이 산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생산직 외에도 생산지원·연구인력도 부족한데 최근 원재룟값 급등으로 실적은 대규모 적자라 생산 인력만 늘리기가 쉽지 않은 게 내부의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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