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처지가 야당으로 바뀌었지만 민주화 이후 최대 의석이라는 입법 권력으로서의 힘은 막강하다. 위성정당까지 더해 180석이던 총선 결과가 일부 의원의 탈당, 출당으로 168석으로 줄긴 했어도 여전히 국회 단독 과반 의석을 훌쩍 넘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0.73%포인트라는 대선 결과보다도, 전례 없이 낮은 당선 후 지지율보다도 이런 경험한 적 없는 여소야대 상황이 더 커다란 도전일 수밖에 없다.
당장 국무총리가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장관 후보 다수가 민주당 등 야당의 부적격 판정을 받아 반쪽 내각으로 출범하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위 공직과 로펌을 오갔다거나 자녀 입시 문제 등에서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등 일부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없진 않다. 그렇더라도 특정 후보자를 타깃 삼아 사퇴하지 않으면 총리 인준도 없다는 식으로 무슨 거래하듯 후보자 검증을 해서는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권한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사에 따르는 책임은 무거워지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늘 대의명분이 따라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발목 잡기식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최근 검찰개혁 관련 법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갖은 꼼수나 하반기 국회 법사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말 바꾸기 등은 도무지 책임 있는 정당의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얼마나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에는 민의를 대변해 새 정부를 견제할 역할도 막중하다.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어 놓고 벌써부터 그에서 멀어지는 새 정부를 입법권 등 주어진 권한으로 바로 잡아가야 한다. 민주당은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며 엄중한 상황에서 민생 과제 등을 풀어가려면 "국민통합과 협치"밖에 없다고 했다. 새 대통령만이 아니라 민주당 역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새겨야 할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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