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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흔적, 보리밭의 ‘겸손’

입력
2022.05.1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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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물어 가는 보리밭에 바람이 불자 보리싹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여물어 가는 보리밭에 바람이 불자 보리싹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올해 5월은 예년과는 달리 파란 하늘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알고 보니 청량한 봄바람 때문이다. 대기 중의 나쁜 공기를 제법 센 바람이 몰아내 푸르른 5월을 볼 수 있는 것이다. 2년여간 코로나로 지친 심신에 맘껏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경남 의령군의 작은 보리밭에 보리들이 편안하게 누워 있다.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경남 의령군의 작은 보리밭에 보리들이 편안하게 누워 있다.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 주말 경남 의령군의 좁다란 마을길을 달리다가 보리밭이 눈에 들어왔다. 이젠 들녘에서 보리농사를 거의 짓지 않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에 더욱 반가웠다. 잠시 차를 멈추고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의 풍경에 빠져들었다. 무엇에 홀린 듯 다가가보니 보리들이 밭 곳곳에서 옆으로 누워 있었다. 거센 바람이 보리밭에 남겨놓은 ‘흔적’이었다.

경남 의령군의 작은 보리밭에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누운 보리들이 편안해 보인다.

경남 의령군의 작은 보리밭에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누운 보리들이 편안해 보인다.

벼도 익으면 머리를 숙인다는 말처럼 보리들도 익어가면서 머리를 숙인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아직도 그런 자연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제 보리 수확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디 세찬 외풍을 슬기롭게 견디며 자연에 순응하는 ‘겸손’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기를 기원해 본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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