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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순 비서관, 상습 음담패설·폭언에도 '탄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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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순 비서관, 상습 음담패설·폭언에도 '탄탄대로'

입력
2022.05.16 04:00
수정
2022.05.16 09: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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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성희롱성 발언… 'EDPS(음담패설)' 별명도
하급자 '폭언' 문제제기… 성비위 감찰선 징계 피해
지하철 성추행 '사내아이들 자유' 표현한 시 발표도
문제적 언행·왜곡된 인식에도 檢서 탄탄대로 '의문'

대통령비서실장 직속 총무비서관을 맡게 된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비서실장 직속 총무비서관을 맡게 된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로 두 차례 징계성 처분을 받았던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평소 음담패설과 폭언을 자주 했다는 검찰 직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등단 시인인 윤 비서관의 시에 왜곡된 성인식이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윤 비서관이 문제적 언행으로 감찰을 받고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올랐는데도 승승장구하다가 대통령실 고위직 자리까지 꿰차자 의아해하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비서관은 검찰 재직 시 동료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직원들은 윤 비서관을 'EDPS'라고 칭할 정도였다. 'EDPS'는 음담패설을 영문으로 소리나는 대로 쓴 뒤 음절 앞 철자를 딴 은어다. 여직원에게 "X없게 생겼다"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수시로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성희롱성 발언뿐 아니라 폭언으로도 구설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 비서관이 검찰 서기관 시절 후배 직원에게 'X대가리' 등 비하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는 것이다. 후배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윤 비서관은 마지못해 사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성추행이 '사내아이 자유'?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2002년 발표한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 실린 시 '전동차에서'.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한국문학도서관) 발췌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2002년 발표한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 실린 시 '전동차에서'.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한국문학도서관) 발췌

윤 비서관은 2002년 '문학세계' 신인 문학상으로 등단했지만, 시집 곳곳에 왜곡된 성인식이 드러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엔 "전동차에서만은/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전동차에서')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지하철 성추행을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표현한 것이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2004년 출간한 시집 '나는 하늘을 모른다'의 시 '18홀과 36홀 그리고 54홀'. 시집 '나는 하늘을 모른다'(한국문학도서관) 발췌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2004년 출간한 시집 '나는 하늘을 모른다'의 시 '18홀과 36홀 그리고 54홀'. 시집 '나는 하늘을 모른다'(한국문학도서관) 발췌

또 다른 시집 '나는 하늘을 모른다'에선 '처녀'를 두고 "아직은 퇴색되지 않은 선홍빛 눈깔이요/아직은 핏기가 가시지 않은 태양입니다"('나의 눈깔은 처녀다')라고 표현하며 여성을 대상화했다. 골프를 소재로 한 시엔 "공을 쳐내는 이유는 간단하다/숨겨진 구멍에 공을 넣기 위하여서다 (중략) 즐기며 살아보겠노라고 구멍을 좇고 또/좇는 것이다"('18홀과 36홀 그리고 54홀') 등 구절도 있다. 이 시집에는 여성의 성기를 빗댄 '구멍'을 좇는 부도덕한 행위를 풍자했다는 해설이 실렸다. 윤 비서관은 평소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징계 피하고 승진 탄탄대로 "이해 안 돼"

윤석열(왼쪽 첫 번째)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왼쪽 첫 번째)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비서관의 음담패설과 폭언, 왜곡된 성인식에 대한 일화는 검찰 내부에서 파다했지만 그는 번번이 징계를 피하고 오히려 요직에 기용됐다. 검찰 내부 감찰을 통해 받은 징계성 처분은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에 따른 1996년 10월 '인사조치' 및 2012년 7월 '감찰본부장 경고'에 그쳤다. (관련 기사 : '尹 집사' 윤재순, 검찰서 2차례 성비위… 알고도 임명한 듯)

윤 비서관은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에서 2016년 수사2과장, 2018년 집행2과장을 지낸 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에 4급 서기관에서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며 대검 운영지원과장에 올랐다. 검찰 일반직 인사와 예산을 관장하는 대검 운영지원과장은 검찰 직원들이 선망하는 핵심 보직이다. 그가 성비위에 따른 징계성 처분과 'EDPS' 논란에도 요직으로 승진하자, '누군가' 힘을 써준 것이란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윤 비서관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성비위에 따른) 기관장 경고는 참작할 점이 있고 경미할 때 이뤄지는 조치로, 정식 징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되레 의문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현직 부장검사는 "윤 비서관이 성비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대검 운영지원과장까지 승진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지금 같으면 직무정지는 물론이고 중징계가 예상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윤 비서관을 발탁한 걸 보면, 저 정도 성비위는 해도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검찰 안팎에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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