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분양가 차이 917만 원...분상제 전보다 2배↑
자잿값 상승에 기본형건축비 인상 가능성
택지비도 올라..."분양가 상승 불가피"
자잿값 폭등에 땅값 상승, 분양가와 매매가 격차 확대까지 아파트 분양가를 밀어올릴 만한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국정과제로 공식화한 만큼 부동산 업계에서는 "앞으로 분양가가 오를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다.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3.3㎡당 평균 2,230만 원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020년보다 355만 원 올랐다. 반면 평균 분양가는 같은 기간 82만 원 떨어졌다. 2020년 480만 원이었던 분양가와 매매가 차이는 지난해 917만 원까지 벌어졌다. 분양가와 매매가 격차가 커진 건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참여정부 때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2015년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했다. 실수요자에게 저렴한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로 도심 공급을 저해하고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분양가상한제 등 정비사업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개선을 약속했다.
윤 정부는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비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분양가 산정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세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라 분양가 상승이 전망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시세보다 훨씬 싼 '로또 아파트'가 나온 것도 분양가상한제 때문"이라며 "시세에 맞는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자잿값 폭등도 분양가 상승을 부추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은 지난해 3월 톤당 75만 원에서 올해 112만 원으로 49.3%나 올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잿값이 뛰면서 공사업체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사비가 오르면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 산정기준이 되는 '기본형건축비'도 인상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자재 가격과 노무비 등을 반영해 매년 두 차례 기본형건축비를 고시하는데, 고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자잿값이 15% 이상 변동되면 건축비를 다시 고시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에도 33% 상승한 고강도 철근가격을 반영해 건축비를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기본형건축비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게 오른 땅값도 분양가를 압박한다. 지난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10.35%)을 기록했고 올해도 10.17% 뛰며 2년 연속 10%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다른 토지들의 공시지가가 결정되고, 공시지가가 오르면 택지비는 동반 상승하게 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부 중소 건설사들이 수익성 문제로 수주 공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만큼 건설 현장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며 "공급자들은 최소한의 마진을 위해서라도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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