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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옥자'로 받는 저작권료 '기생충'으론 못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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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옥자'로 받는 저작권료 '기생충'으론 못 받는 이유

입력
2022.05.23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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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 열려
윤제균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영상물 창작자 존중 의미로
저작권법 개정해야"

윤제균(오른쪽) 감독, 알레한드로 레스트레포 콜롬비아 REDES 대표. 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윤제균(오른쪽) 감독, 알레한드로 레스트레포 콜롬비아 REDES 대표. 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콜롬비아에서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TV나 여러 플랫폼에서 많이 방송됩니다. 그럴 때마다 감독·작가에게 전해 줄 저작권료가 우리 협회에 쌓이고 있어요. 한국에도 저작권 집중관리단체(CMO)가 있어서 상호 간 합의가 이뤄져야 우리가 보낼 수 있는데 현재로선 한국 측 CMO가 없으니 송금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 창작자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지요."

18일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AVACI) 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난 알레한드로 카르도나 레스트레포 콜롬비아 시청각작가집단관리협회(REDES) 회장은 "한국 문화 발전을 위해 저작권법 개정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REDES는 작가들을 대신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받은 콜롬비아 최초의 협회로 2018년 12월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콜롬비아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작자가 모든 저작재산권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2017년 법이 개정되면서 시청각물의 상업적 이용 시 제작자뿐 아니라 작가와 감독도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레스트레포 회장은 "법이 먼저 개정돼야만 권한이 생기고 그에 따라 CMO를 설립할 수 있다"며 "우리는 유명 감독이 앞장서서 2년여간 싸운 끝에 법을 개정했는데 한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감독과 작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이 받는 보상은 방송사 등 시청각물 사용자가 얻는 수익의 0.3~0.5% 수준이지만 창작자들에겐 적지 않은 힘이 된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레스트레포 회장은 "협회가 거둬들인 수익의 20%는 회원인 작가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 장치를 만드는 데 쓰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엔 회원들에게 다섯 차례 지원금을 지급했고 실업수당, 의료 혜택, 상조 비용, 심리상담 등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보상이 "문화 산업이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창작자들이 더욱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와 달리 우리나라는 영상물 창작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미국작가조합에 소속된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스트리밍될 때마다 재상영분배금이란 명칭의 저작권료를 받지만, 정작 국내에선 영화 '기생충'이 TV에서 방송될 때 별도의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도 이 같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저작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는 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국내 저작권법 100조 1항의 규정 때문이다. 작곡가나 작사가가 음악저작권을 인정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AVACI 정기총회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대담에서 윤제균(맨 오른쪽)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아르헨티나 영화감독 호라시오 말도나도. 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AVACI 정기총회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대담에서 윤제균(맨 오른쪽)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아르헨티나 영화감독 호라시오 말도나도. 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아르헨티나 감독조합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호라시오 말도나도 감독은 앞서 16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한국 감독들과 대담에서 "한국 영화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 한국 영화 감독들은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 놀랍다"고 꼬집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열린 AVACI 정기총회를 서울에 유치한 배경이다.

18일 총회 행사장에서 만난 윤제균 감독조합 공동대표는 "유럽과 남미에선 규정에 따라 한국 감독·작가에게 보내야 할 돈이 각국 CMO에 쌓이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법이 없어서 받지 못한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이 창피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우리가 개정하려고 하는 저작권법은 제작자가 갖는 저작권을 빼앗아 오려는 게 아니라 방송사나 다른 플랫폼에서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경우 수익의 일부를 창작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하는 수익 배분율은 유럽이나 남미와 비슷한 0.5% 안팎이다.

윤제균 대표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 등을 연출한 감독이면서 2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한 제작자다. 그는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영상물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태조사 결과 감독조합 회원 500여 명의 평균 연봉은 2,000만 원 이하입니다. 미국 할리우드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인데 창작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능력 있는 인재가 계속 유입되지 않아 'K컬처'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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