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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박지현 "팬덤정치 건강치 않아... 86용퇴 등 쇄신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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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박지현 "팬덤정치 건강치 않아... 86용퇴 등 쇄신안 검토"

입력
2022.05.24 12:09
수정
2022.05.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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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로남불' 사과하며 쇄신 약속
"염치 없지만 한번만 더 부탁드린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민주당의 처절한 반성과 쇄신을 약속했다.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요즘 전국을 돌며 유세 현장을 다니고 있다. 격려도 많았지만 '민주당이 왜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책도 많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정말 면목이 없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며 허리를 수차례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민심과 괴리된 일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휘둘려 왔음을 지적하며 '팬덤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중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중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 정치인들의 잇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 민주당의 진짜 대의는 성범죄 피해자를 지키고 기회를 빼앗긴 청년에게 다시 기회를 돌려주고 성실하게 살아온 서민을 앞장서서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른바 '짤짤이 발언'으로 동료 의원을 성희롱한 의혹을 받는 최강욱 의원에 대한 당의 조사도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지도부 직권으로 징계할 가능성도 열어 뒀다.

박 위원장은 당의 주류 세력인 '86세대' 정치인들의 용퇴를 포함해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86세대 불출마처럼 기득권을 내려놓는 조치도 검토하나'는 질문에 "오늘 내일 중에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번주 중으로 발표드리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고 평가하는 시스템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의 호소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요즘 전국을 돌며 유세 현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격려도 많았지만 "민주당이 왜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책도 많았습니다.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고 아픈 소리도 들었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많이 잘못했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습니다. 염치없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저를, 저 박지현을, 믿어주십시오. 여러분께서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습니다. 반성하고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 충실하게 이행하겠습니다. 자리에만 목숨 거는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첫째,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 청년에게 무엇을 해주는 당이 아니라 청년이 권한을 가지고 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지방의원·당직자·보좌진·원외지역위원장·대학생위원회·청년위원회를 대상으로 청년 정치인 육성·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당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유능한 청년 정치인을 발굴하겠습니다.

둘째,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습니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습니다. 민주당의 진짜 대의는 성범죄 피해자를 지키고, 기회를 빼앗긴 청년에게 다시 그 기회를 돌려주고, 성실하게 살아온 서민을 앞장서서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셋째,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평등법을 만들겠다는 약속, 15년째 지키지 않았습니다. 평등법 제정을 위한 활동가들의 단식이 40일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위해 연일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했으면 지키겠습니다. 국민 앞에 솔직한 정치를 하겠습니다.

넷째,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습니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 바꾸겠습니다.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다섯째,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윗세대에게 민주주의 가치를 물려받았습니다. 선배들이 그러하셨듯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 대응, 민주당은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 연금 개혁과 같은 다음 세대를 위한 당면과제 역시 더 이상 늦추지 않겠습니다.

더불어 우리 당을 사랑하는 모든 분께 말씀드립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킨 정당입니다. 이 전통을 이어가겠습니다.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됩니다.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되어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그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상식과 국민을 믿고 꿋꿋하게 전진하겠습니다. 저 박지현이 더 깊은 민주주의, 더 넓은 평등을 위해,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 나아가겠습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저희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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