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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농촌'에 담긴 농업의 가치

입력
2022.06.10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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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 '내 마음의 외갓집' 김영미(왼쪽), 임소현 부부 ⓒ민승규

강원도 영월군 '내 마음의 외갓집' 김영미(왼쪽), 임소현 부부 ⓒ민승규

몇 년 전 개봉한 시골에서의 일상을 다룬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등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힐링 콘텐츠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의 시골살이 브이로그도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는 '시골살이(러스틱라이프: Rustic+Life)'가 올해 10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시골에서 밥을 지어 먹고 자는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프로그램들이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까?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쳐있는 도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느림과 쉼, 즉 자연 그 자체일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안전과 건강, 자유 등의 키워드들이 떠오르며 농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도시의 편리함보다 농촌의 불편함을 택하는 이유는 농촌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런 바람에 따라 최근 농촌의 기능도 단순히 농산물 생산의 역할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회·문화적 기능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선도하는 곳 중에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내 마음의 외갓집'은 부부가 깊은 산속에 흙과 나무로 지어진 귀틀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며 지내는 곳이다. 이곳의 모든 공간에는 부부의 손길이 닿아있는데 농장의 전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농장주 '김영미'씨는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는 농부다. 가정의 '정(庭)'자가 정원을 뜻한다는 친정어머니의 말씀이 계기가 되어 7, 8년 전부터 텃밭과 농장의 경관을 정원처럼 아름답게 가꾸는 팜가드닝(Farm + Gardening)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농작물과 여러 식물을 함께 심고 가꾸면서 농장일이 더욱 즐거워져, 단조로운 농촌 일상에 큰 활력을 얻었다고 했다.

특히 그녀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불편하고 번거로울 수 있는 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 대신 생태 화장실에서 나온 인분을 거름으로 활용하는 등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내 마음의 외갓집' ⓒ민승규

강원도 영월군 '내 마음의 외갓집' ⓒ민승규

이런 가치 있는 노력과 더불어 농장주의 예술성과 심미성이 더해진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운영하는 농가민박은 1년 내내 예약이 끊이지 않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단순히 숙박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투숙객들과 소통하며 시골살이를 곁에서 보고 누릴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리틀 포레스트'의 경험을 선사해 준다. 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장소가 된 것은 단연코 팜가드닝을 하며 농장을 가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농촌을 찾는 도시민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들에게 '농촌다움'을 제공함은 물론 농촌에서 생활하는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아름다운 농촌 가꾸기'가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진행되어야 한다. 김영미씨는 "바른 환경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보면, 불리한 환경이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지혜는 고민하는 사람에게 생기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농촌이 농민들의 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이들에게 여유와 휴식을 제공하며 농촌만이 가지고 있는 큰 가치를 세상과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어쩌면 이것은 가격과 품질을 뛰어넘어 한국 농업의 제3의 경쟁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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