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서
대만·남중국해·우크라 사태 중 中책임론 ↑
중국은 전례없는 수위로 강력 반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년 만에 열린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는 '중국 성토의 장'을 방불케 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이 급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서방국들은 기다렸다는 듯 "중국의 도발적 행동이 군사적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며 동시에 중국을 몰아세웠다. 중국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내놔 회의장을 얼음장으로 만들었다.
매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의 안보 당국 수장들이 총출동해 주요 군사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12일 폐막한 올해 회의에선 남중국해·대만·우크라이나 등 지역 분쟁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미국 "중국이 현상 변경 시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회의 둘째 날인 11일 본회의 연설에서 "최근 대만 인근에서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군사 활동이 늘고 있는 것을 목격해왔다"며 "중국 군용기가 최근 수개월간 거의 매일 비행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현상 변경에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는데 안타깝게도 (중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긴장이 고조되는 원인은 중국에 있다는 뜻이었다.
미국의 군사·안보 동맹인 호주와 캐나다, 일본도 가세했다.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같은 날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군사지역화 행위는 국제 수역에 대한 이웃 국가의 권리를 부정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국방장관은 "지난달 인도·태평양 지역 상공에서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캐나다 공군 초계기의 비행을 중국 전투기들이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역내 안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고 밝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국도 책임이 있다는 미국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장관은 중·러 관계가 다수 국가 국방장관 간의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전했다. 서방 측 안보 수장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러관계를 무관치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전쟁 가능성' 언급...레드라인 긋기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싱가포르 로이터=연합뉴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의 반응도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12일 연단에 오른 웨이 부장은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어떤 시도도 단호하게 분쇄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은 통일을 위해 남북전쟁을 치렀다"면서 "중국은 이런 내전을 원치 않지만, 누군가가 감히 대만을 분열(중국에서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전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 민진당에 대해선 "나는 이 자리에서 대만 독립 분자와 그 배후 세력에 엄숙히 경고한다"며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자 망상일 뿐이니 자중하고 단념하라"고 강조했다. 웨이 부장은 10일 오스틴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도 '일전 불사'를 언급하며 미국에 날 선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미국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국제회의 공식석상에서 '미국과의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사설에서 웨이 부장의 발언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대미 '레드라인'을 그은 것"이라며 "이 발언이 미국을 포함, 다른 각 측이 위험한 오판을 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직접적 메시지를 던진 만큼 미국의 자중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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