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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만 300번...유튜버 자취남이 말하는 "성공적인 독립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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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만 300번...유튜버 자취남이 말하는 "성공적인 독립 노하우"

입력
2022.06.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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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자취의 맛' 낸 유튜버 정성권
자취생 300여명 집들이 중계하며 얻은 노하우 소개
인세 수입은 월세 지원 프로젝트에 전액 기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자취의 맛'을 펴낸 정성권씨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씨는 "예전 한 방송국 작가가 어떻게 1인 가구를 섭외하냐'고 묻더라"면서 "그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자발적으로 신청한 구독자들의 집을 무료로 촬영하는데, 애초에 출연료를 지불했으면 흥할 수 없었을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2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자취의 맛'을 펴낸 정성권씨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씨는 "예전 한 방송국 작가가 어떻게 1인 가구를 섭외하냐'고 묻더라"면서 "그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자발적으로 신청한 구독자들의 집을 무료로 촬영하는데, 애초에 출연료를 지불했으면 흥할 수 없었을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우리나라에서 자취생 집들이에 가장 많이 초대된 남자".

유튜버 정성권(33)씨의 셀프 소개 멘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유튜브로 중계한 자췻집 집들이만 300여 곳. 냉장고는 물론 장롱과 서랍장 구석구석, 때로 쓰레통까지 뒤지며 남의 집을 구경하는 영상에 갓 독립한 사회 초년생들이 열광했고 1인가구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려 그의 채널은 최근 구독자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를 기념해 정씨는 3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달 초 '자췻집 중계' 경험을 담아 에세이집 '자취의 맛'을 펴냈고, 비슷한 시기 자취에 유용한 물건을 감별하는 유료 '온라인 클래스'도 열었다. 이 두 사업에서 얻은 수익금은 사회초년생 10명에게 1,000만 원씩 지원하는 '월세지원 프로젝트'에 쓸 계획이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정씨는 "구독자 참여로 만드는 채널인 만큼 지금까지 받은 관심과 사랑을 돌려주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채널 '자취남'의 구독자 상당수는 독립을 갓 시작한 20·30대다. 채널이 구독자들의 사연을 접수해 집을 소개하는 만큼 이들이 사는 소형 원룸, 오피스텔 등의 시세와 장단점을 소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정씨는 "다들 '남들은 어떻게 사나'가 궁금한 것 같다. 보통 친구 집 놀러 가도 서랍을 열진 않는데, (제가 집들이가면) 냉장고 문 열어보면서 '이 집 월세 얼마냐'고 대놓고 물어보니 그런 부분도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1인가구가 많은 서울 강남‧신림, 홍대‧건대 일대는 물론 광주와 강원 같은 비수도권 자췻집도 소개하다 보니 정씨는 이제 지역과 주택 종류, 면적만 듣고도 시세를 아는 경지가 됐다. 그는 "서울 잠실과 여의도 일대에 수백 호실 오피스텔이 몇 개씩 지어진다. 그만큼 1인가구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의미"라며 "수요가 있어 많이 지어지기도 하지만, 많이 짓기 때문에 독립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느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10분 남짓한 영상에서 사연자들은 작은 공간을 알차게 쓰는 노하우, 1인가구에 유용한 신제품, 남들 추천만 믿고 샀다가 후회하는 '예쁜 쓰레기'를 소개한다. '자취 완숙기'에 들어선 30대 후반, 40대들의 집들이에서는 주인의 취향이 듬뿍 담긴 개성 강한 집을 구경할 수 있다. 정씨는 "연령별로 자취 스타일이 다르다. 갓 독립을 시작한 20대는 라이프스타일 앱 '오늘의집'에서 유행하면 일단 사보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기 취향이 뚜렷해진다. 단, 집을 꾸미는 방식에 지역별,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취남이 꼽는 1인가구 꿀템‧독립생활 노하우

지난 3월 정성권씨가 전업 유튜버 생활을 시작한 후 마련한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자취남' 화면캡처

지난 3월 정성권씨가 전업 유튜버 생활을 시작한 후 마련한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자취남' 화면캡처

정씨가 에세이를 준비한 건 지난해 7월 무렵부터. 처음 출판사 출간 제의를 거절했다는 그는 "300곳 넘게 자췻집을 다녀보니 관련 정보가 점점 쌓이더라. 에세이에는 그런 정보와 제 느낀 점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취생활 노하우를 물어봤다.

-독립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저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니 전세 대출 방법이나, 임대차 보호 방안을 설명할 재주는 없다. 관련법은 집 계약 전에 인터넷에서 검색해 숙지하시라. 다만 첫 집 구할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과 함께 부동산을 찾으시라. '어른'이랑 가는 게 좋다. 제발 한 번만 보고 집 계약하지 마시라. 네이버 지도에 '전철까지 20분'이라고 나와도 그게 직선거리일 수 있다. 이사할 동네는 평일에도 가보고 주말에도 가보시라. 요일마다 번잡함이 다를 수 있다. 이왕이면 휴가 써서 그 동네에서 밥도 사 먹어보시라. 대학생들이 머리 싸매고 최적의 시간표를 짜면 3개월이 편하다고 하는데, 집을 구하면 적어도 1년은 살아야 한다."

-자췻집은 학교, 직장과 가까울수록 좋은가.

"어떤 분들은 일부러 멀리 살기도 한다. 직장 근처보다 집값이 싸다는 이유가 많은데, 월세일 경우 교통비를 포함해서 집값을 계산하시라. 예를 들어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는 분이 회사 근처 70만 원짜리 월세 원룸에 살다가, 사당역 근처에서 같은 면적, 같은 보증금에 60만 원짜리 집을 구했다면 '더 싸게' 구했다고 보기 어렵다."

-추천하고 싶은 자취 노하우가 있다면.

"애초부터 국그릇 밥그릇 4개씩 사지 마시라. 사람들이 자췻집에 놀러오는 건 독립 후 첫 몇 달이다. 같은 의미로 식탁, 의자도 무리하게 큰 걸 사지 마시라. 밥그릇 한 번 사면 생각보다 오래 쓰니 최저가 제품은 피하자.

1인가구일수록 집 꾸밀 때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식습관, 청소‧정리 방식, 빨래 주기 등을 파악하고 물건 하나 들일 때마다 '지속가능하게 쓸 건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시라.

여유가 된다면 가사도우미 서비스받는 걸 정말 추천한다. 1인가구가 가사 서비스 받는다는 상상을 못했는데, 제가 받아보니 삶의 질이 달라졌다. 2주일에 반나절이면 충분하다(간단한 청소를 미리 해두면 냉장고 정리, 창문 닦기 같은 보다 난도 높은 집안일을 요청할 수 있다)."

-자취생활에 유용한 물건, 자취 꿀템을 소개하면.

"자취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삼대 이모(빨래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는 사연자들이 대부분 추천하는 아이템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아끼는 전자제품들인데, 자췻집 갈 때마다 항상 너무 많이 추천을 해주셔서 영상에 올릴 때는 편집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로봇청소기는 33㎡(10평) 이상에서 호응이 좋았다. 올해의 자취꿀템은 스마트 쓰레기통이다. 쓰레기통 근처에 가면 뚜껑이 저절로 열리는데 '그게 편한가?' 싶었지만, 사용해보면 편하다. 하지만 큰 개 키우는 집에서는 개가 쓰레기통 뚜껑에 코를 댈 때마다 열려서, 사용하지 못하더라. 자기 상황을 파악하고 구입하셔라."

-반대로 자취생들이 시행착오를 겪을 만한 '예쁜 쓰레기'를 꼽는다면.

"역시 사람마다 편차가 심해 한마디로 정리하긴 어렵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복층 오피스텔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나오는 특정 브랜드 토스터기‧커피머신이었다. 복층은 대개 2층 층고가 아주 낮고 냉난방에 취약하다. 특히 여름밤에 모기라도 집에 들어오면 잡을 수가 없어 잠을 설치기 일쑤다. SNS 감성용 가전제품들은 쓸 때마다 음식물이 제품에 묻어서 계속 닦아줘야 한다."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 월급 3배 수입 내며 전업으로

2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자취의 맛'을 펴낸 정성권씨가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2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자취의 맛'을 펴낸 정성권씨가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정씨가 채널 '자취남'을 시작한 건 직장생활 1년 차였던 2018년 무렵. 스스로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평소 궁금했던 1인가구 살림 노하우(ex. 눈감고 먹으면 즉석밥과 냉동밥 맛 차이를 알 수 있을까?)를 실험하는 내용을 취미 삼아 연재했는데, 구독자 1만여 명을 모으며 '중박'을 터뜨렸다. '남의 집 집들이'에 본격적으로 초점을 맞춘 건 정씨 지인의 자췻집 집들이를 찍은 영상이 평소 조회수의 2배를 기록하면서부터다. 또 다른 지인의 자췻집을 찍은 영상 조회수는 평소의 6배가 됐다.

그는 "채널에 '집들이하실 분 찾습니다' 공지를 냈는데, 일주일에 한 명꼴로 신청자가 나오더라"면서 "그렇게 자췻집을 소개한 영상도 늘고, 신청자는 더 늘면서 선순환이 됐다"고 말했다. 선순환이 이어지며 "유튜브로 얻는 수입이 월급의 3배가 넘었을 때"인 지난해 9월, 정씨는 전업 유튜버가 됐다.

유튜버로서 최종 꿈은 '자취계의 강형욱'이 되는 것이다. 그는 "강아지 하면 강형욱씨가 떠오르는 것처럼, 국내 1인가구에 대해서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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