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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통 ‘을지면옥’ 역사 속으로... “평양냉면 명맥 이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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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통 ‘을지면옥’ 역사 속으로... “평양냉면 명맥 이어가길”

입력
2022.06.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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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을 끝으로 영업을 마감했다. 뒤늦게 식당을 찾은 일부 손님들이 가게 앞을 서성거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3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을 끝으로 영업을 마감했다. 뒤늦게 식당을 찾은 일부 손님들이 가게 앞을 서성거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마지막 영업이라고 해서 왔는데… 좀 더 일찍 올 걸 그랬네요."

25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을지면옥 앞. 오후 3시를 끝으로 영업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알지 못하고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아쉬운 듯 입구 앞을 서성거렸다. 일부 손님들은 "기록이라도 남기자"며 식당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식당 관계자는 남은 손님들의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 입구에 있는 입간판과 안내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식당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한 때 100여 명의 대기줄이 이어질 정도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식사를 하지 못한 손님들은 연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모(70)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친구와 느즈막히 냉면 한 그릇하려 했는데, 일찍 문을 닫을 줄 몰랐다"며 "나들이 삼아 종종 찾던 곳이 사라진다고 하니 세월이 무상하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왔다는 이희령(29)씨도 "오래된 노포가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다"며 "을지면옥이 가지고 있는 평양냉면의 매력이 다른 곳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 손님의 식사가 끝나자 직원들은 단체 사진을 찍고 박수를 치면서 격려했다. 을지면옥 사장 홍정숙씨는 "그동안 식당을 이용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이 맛을 유지하면서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면옥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37년간 서울 을지로에서 영업해온 평양냉면 노포 을지면옥이 이날 영업을 종료했다. 뉴스1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면옥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37년간 서울 을지로에서 영업해온 평양냉면 노포 을지면옥이 이날 영업을 종료했다. 뉴스1

을지면옥의 시초는 6·25 전쟁 당시 평양에서 내려온 고 홍영남·김경필씨 부부가 1969년 경기 연천에서 시작한 '평양면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부는 1987년 의정부로 자리를 옮겼고, 1985년 첫째 딸이 서울 중구 필동에 '필동면옥'을, 둘째 딸이 '을지면옥', 셋째 딸이 서울 잠원동에 '본가 평양면옥'을 열면서 명맥을 이어갔다.

을지로3가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을지면옥은 37년 동안 같은 곳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2018년엔 서울시 생활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지만, 재개발 여파는 을지면옥도 피해가지 못했다. 을지면옥 등이 포함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3-2구역은 2017년 4월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2019년 하반기 철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을지면옥은 그동안 수용 결정에 반발해 건물 인도를 거부하며 소송전을 벌이는 등 나홀로 영업을 이어왔다.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21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3-2구역 재개발 시행자가 을지면옥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명도 단행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가처분으로 시급하게 각 건물의 인도를 명해야 할 보전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세운3-2구역 102개 영업장은 인도를 마친 것과 달리 을지면옥만 인도를 거부해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시행사에 가혹한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다. 을지면옥 측은 "재개발 인가에 중대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을지면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식당 측은 추후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이르면 내년 초 다시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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