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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핸드볼 여성 심판 커플 이은하ㆍ이가을 “험난한 길 후회도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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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핸드볼 여성 심판 커플 이은하ㆍ이가을 “험난한 길 후회도 많았지만...”

입력
2022.06.27 14:5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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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을(왼쪽), 이은하 심판이 27일 슬로베니아 첼레의 IHF 심판 숙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이가을(왼쪽), 이은하 심판이 27일 슬로베니아 첼레의 IHF 심판 숙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제23회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슬로베니아 첼레에는 선수들 말고도 반가운 한국인이 있다. '국내 1호'이자 유일한 여성 심판 커플인 이은하(34), 이가을(32)이 그 주인공. 이들은 국제핸드볼연맹(IHF) 국제 심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27일 IHF 심판 숙소에서 만난 이들은 “오늘 저녁 네덜란드-튀니지 경기를 배정 받았다. 앞서 열린 경기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다”라며 웃었다. IHF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 배정 결과를 경기 전날 오후 늦게 당사자들에게 통보한다. 벌써 이번 대회 3번째 경기인데, 앞선 2경기는 ‘메인 매치’를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조금 생소하지만 핸드볼 국제대회 심판은 2인 1조 ‘커플제’로 운영된다. 2명이 늘 함께 경기에 배정되고 판정 평가도 같이 받기 때문에 오랜 시간 함께하며 호흡을 맞추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둘 중 한 명이 부상이나 개인 사정으로 심판을 그만 두면, 나머지 한 사람은 다른 파트너를 찾거나 최악의 경우 심판을 그만 둬야 한다.

이가을(왼쪽), 이은하 심판 커플이 27일 슬로베니아 첼레의 IHF 심판 숙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이가을(왼쪽), 이은하 심판 커플이 27일 슬로베니아 첼레의 IHF 심판 숙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학생 선수 출신인 이들은 2013년 아시아대회 심판 자격증을 딴 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 어느덧 9년차 중견이 됐다. 2016년엔 국제심판 자격을 획득해 2017년 세계남자청소년대회에서 ‘남자 청소년대회 첫 여성 심판’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실업무대에는 2016년 1월 SK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 9년 동안 국제 경기는 100여 차례, 국내는 400여 경기를 동고동락했다. 차분한 성격의 이은하 심판과 활발한 이가을 심판은 서로 시너지 효과가 좋다고 한다. 처음부터 잘 맞은 건 아니었다. 이은하 심판은 “경기를 잘 소화하지 못해 만족스럽지 못한 날은 급격히 말수가 줄어든다. 등을 돌리고 잔 적도 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다투고 화해하길 벌써 9년이나 반복하니, 이젠 친자매보다 더 각별한 사이가 됐다. 점점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라고 말했다.

사실 ‘여성 불모지’인 핸드볼 국제심판 세계에서 버텨나가는데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 2016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남자클럽대회에 초청을 받았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190㎝ 안팎의 신체 건장한 선수들이었다. 이가을 심판은 “판정에 불만을 품은 선수가 잔뜩 인상을 쓴 채 날 뚫어져라 내려다보는데, 행여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일어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은하 심판은 “그럴수록 일부러 휘슬을 길고 세게 불거나, 판정 모션을 좀더 크고 단호하게 한다”라고 귀띔했다. 기 싸움에서 밀리면 경기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가을(왼쪽), 이은하 심판커플이 27일 슬로베니아 첼레의 IHF 심판 숙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이가을(왼쪽), 이은하 심판커플이 27일 슬로베니아 첼레의 IHF 심판 숙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험한 길을 후회한 적도 많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사명감이 더 크다. 이은하 심판은 “국내엔 아직도 여성 심판이 없다. 몇몇 관심을 갖는 후배들도 워낙 힘들고 거친 길이라 막상 시작은 못하더라. 그들에게 우리가 작은 길이나마 터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국내 핸드볼 인기를 위한 소견도 조심스레 내놨다. “수준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객관적으로 지켜보니 유럽 핸드볼이 왜 인기가 많은지 실감난다”는 것이다. 이은하 심판은 “국내 경기는 이기고 있으면 지키는 전략을 택하기 때문에 박진감이 떨어진다”면서 “유럽 핸드볼은 점수 차에 상관없이 무조건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워낙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탄하며 판정할 때도 있다”라고 했다.

이들 심판 커플의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심판으로 초청받는 것이다. 이가을 심판은 “사실 도쿄올림픽에 초청받고 싶었는데 실패했다”면서 “이번 주니어 대회를 잘 치르고 세계선수권에 초청받은 뒤 2024 파리올림픽, 2028 LA올림픽까지 차근차근 도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첼레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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