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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산 아니어도 된다" 개성 강한 위스키 유행 속 'K위스키'도 도전장 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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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산 아니어도 된다" 개성 강한 위스키 유행 속 'K위스키'도 도전장 내밀어

입력
2022.07.16 12:00
수정
2022.07.18 08:5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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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위스키 수입액 30% 이상 증가...올해도 상승
쓰리소사이어티스, 김창수 등 국내산 위스키도 나와
롯데칠성음료도 제주에 위스키 증류소 설립 계획

4월 30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위스키 증류소 '쓰리소사이어티스'에 한정판 위스키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박소영 기자

4월 30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위스키 증류소 '쓰리소사이어티스'에 한정판 위스키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박소영 기자


"위스키 생산 역사 200년 중 전 세계적으로 지금이 가장 잘나가죠."


최근 위스키 붐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간단한 요약이다. 과거엔 '유흥업소에서 아저씨들이 마시는 비싸고 독한 술'이라고 여겼지만, 몇 년 전부터 미식의 한 장르로 위스키가 각광 받으면서 2030세대들은 '비싸지만 맛있는 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의 홈술, 홈바 트렌드는 더 빠르고 널리 퍼졌다. 위스키 원액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한 '로컬 위스키'로 국내 위스키 시장을 장악했던 골든블루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로컬 위스키의 주요 유통 경로였던 유흥업소에서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탈출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골든블루는 2020년 위스키 원액을 블렌딩해 MZ세대를 겨냥한 하이볼 제품을 내놓았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용 시장 규모가 커졌고, 로컬 위스키보다는 인터내셔널 위스키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위스키 수입액 역대 최고 찍을까

국내 위스키 수입액 그래픽=박구원 기자

국내 위스키 수입액 그래픽=박구원 기자


최근의 위스키 열풍을 이끌고 있는 것은 한 곳의 증류소에서만 만들어 증류소 이름이 곧 상품명이 되는 '싱글몰트' 위스키다. 최근 없어서 못 팔고 사고 싶어도 못 사는 맥캘란과 발베니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위스키 수입액도 고공행진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1억7,534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3%가 늘었다. 위스키 수입액은 2007년 2억7,029만 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후 10년 넘게 하락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스키 수입액이 1999년 이후 21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본격 반등했다. 올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5월까지의 누적 위스키 수입액이 9,77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위스키 수입액은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의 대부분이 입을 모은다.



쓰리소사이어티스, 김창수 위스키... '국산 위스키'의 등장

국내 첫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인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위스키 '기원'의 두 번째 에디션인 '유니콘 에디션'. 유니콘 에디션은 2022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SFWSC) 싱글몰트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제공

국내 첫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인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위스키 '기원'의 두 번째 에디션인 '유니콘 에디션'. 유니콘 에디션은 2022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SFWSC) 싱글몰트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제공


뿐만 아니다. 이제는 '한국산 싱글몰트 위스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982년 국산 위스키 원액 생산 이후 약 40년 만이다. 당시엔 정부의 국산화 정책에 따라 위스키를 생산했다가 대중화에 실패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위스키 열풍을 등에 업고 개성 넘치는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경기 남양주시에 증류소가 있는 쓰리소사이어티스는 2020년 첫 싱글몰트 위스키 숙성을 시작, 지난해 9월 14개월 숙성된 첫 번째 에디션 '호랑이'를, 올해 4월 말 20개월 숙성한 두 번째 에디션 '유니콘'을 출시했다. 소량 판매하는 한정판 위스키지만 이미 마니아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두 번째 에디션 200병의 한정 판매는 주말 아침 7시 30분부터 남양주 증류소에서 선착순으로 이뤄졌는데, 이날 정오가 되기 전 200병이 모두 팔렸다. 쓰리소사이어티스측은 "위스키 마니아들은 전날 오후에 와서 텐트를 치고 대기했을 정도"라며 "대부분이 MZ세대"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마스터 디스틸러 김창수씨가 경기 김포시의 '김창수 위스키'에서 출시한 첫 번째 에디션. 김창수 위스키 제공

국내 최초의 마스터 디스틸러 김창수씨가 경기 김포시의 '김창수 위스키'에서 출시한 첫 번째 에디션. 김창수 위스키 제공


비슷한 시기인 4월 말 첫 번째 에디션을 낸 또 다른 국산 위스키도 있다. 바로 경기 김포시에 양조장을 두고 생산하는 '김창수 위스키'다. 14개월 숙성한 첫 번째 위스키 336병은 여러 판매 채널로 조금씩 나눠졌는데 순식간에 완판됐다. 김창수 위스키의 김창수 대표는 "20만 원대인 위스키의 리셀(resell·한정판 제품을 더 높은 값에 되파는 것) 가격이 100만 원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1년 숙성 한국 위스키, 스코틀랜드 3년산 못지않다"

경기 남양주시의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숙성되고 있는 위스키들. 박소영 기자

경기 남양주시의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숙성되고 있는 위스키들. 박소영 기자


최근 시장에 나온 한국산 위스키는 모두 오크통에서 1년을 조금 넘긴 상태에서 상품화됐다. 국내에선 1년 이상 숙성하면 위스키로 인정받을 수 있고, 종주국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에 이름을 올리려면 3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연 위스키 스코틀랜드와 비교해 3분의 1의 시간만 숙성하고도 상품성이 있을까. 이들은 "그렇다"라고 자신한다. 김유빈 쓰리소사이어티스 과장은 "처음에 양조장을 지을 때만 해도 우리도 3년 숙성을 계획했는데, 1년이 좀 지나니 위스키의 (숙성도가) 이미 목표 수준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의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박소영 기자

경기 남양주시의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박소영 기자


비밀은 한국의 기후다. 술을 담은 오크통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술이 숙성하는데,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클수록 그 양이 늘어난다.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있는 남양주는 여름엔 30도 후반, 겨울엔 영하 30도 가까이 기온이 내려가 온도차가 커 한 번에 많은 양의 술이 숙성되니 자연히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시간도 짧아지는 것이다.

김 과장은 "스코틀랜드는 더울 때는 20도, 추울 때는 영하 10도 정도고, 빨리 술이 숙성되기로 유명한 대만도 춥지 않아 오크통 수축이 덜하다"라며 "위스키 제조를 지휘하는 스코틀랜드 출신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류 샌드가 경력 40년이 넘게 수많은 나라에서 위스키를 만들었지만, 한국이 위스키 숙성에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정판 에디션이 아닌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첫 정기 상품도 숙성 3년을 채우기 전에 나올 계획이다.


'위스키=스카치' 공식 깨진다... 공존하는 '다른 맛'

대만의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 2006년 설립된 대만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양조장에서 생산됐다. 골든블루 제공

대만의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 2006년 설립된 대만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양조장에서 생산됐다. 골든블루 제공


국산 위스키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가 최고'라는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김창수 대표는 "20년 전까지는 스카치 위스키가 기준이 되는 독점 체제여서 스코틀랜드와 다른 환경에서는 좋은 위스키를 만들지 못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다 일본, 대만, 인도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상품성 있는 위스키를 만들어내면서 스코틀랜드와 다른 환경에서도 '다른 맛'의 좋은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12년산, 20년산 같은 고급 위스키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장기 숙성 없이도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상을 휩쓴 대만 위스키 '카발란'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카발란은 5년 이하 단기 숙성한 위스키로 만든다.

오크통에서 위스키가 숙성을 거치는 동안 원액이 휘발하는 것을 앤젤스 셰어(Angel's share)라고 하는데, 위스키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스코틀랜드에서는 연간 오크통당 2% 이내에서 날아가는 양(결감량)만 인정한다. 2% 이상 날아가면 세금을 물어야 한다. 습도가 높을수록 오크통에서 휘발되는 양이 많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20년이 지나도 오크통에 남아 숙성하는 위스키가 있어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만, 습도가 높은 대만에서는 날아가는 양이 많아 오랜 시간 숙성이 어렵다. 국내 위스키 생산업체들은 국내의 경우 연간 오크통당 약 7~10%가량이 휘발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대만 위스키는 장기 숙성이 어려워 아예 카발란은 연산 표기를 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제품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과거처럼 '스카치 위스키가 무조건 최고'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국내 위스키 생산이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에서도 할 만하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면서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①스카치블루 등 로컬위스키를 생산해 온 롯데칠성음료는 제주 서귀포시에 위스키 증류소를 지을 계획이 있다. ②신세계L&B는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연구단과 'K위스키 개발 및 디스틸러리(양조장) 구축' 계약을 체결하고 위스키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특허청에도 '제주위스키'등 6개 상표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놨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일본 위스키도 국제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당장 성과를 내기보다는 기술력을 쌓으면서 한국산 위스키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위스키 증류소 설립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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