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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시대에 용산서 '보이스피싱팀' 없어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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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용산시대에 용산서 '보이스피싱팀' 없어진 까닭은?

입력
2022.07.14 04:30
수정
2022.07.14 07: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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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경찰서 '보이스피싱 전담팀' 해체
대통령실 이전 탓 시위 대응 인력 확충 영향
새 정부 기조와 배치... 수사 역량 후퇴 우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민생을 침해하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범정부 합동단속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작 일선 경찰서에 설치된 관련 전담팀이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전격 해체됐다.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관내 집회ㆍ시위가 폭증하자 민생 수사에 특화된 인력까지 끌어다 쓰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용산 시대' 유탄 맞은 관할서 보이스피싱 전담팀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대한약사회의 '약 자판기 저지 약사 궐기대회'에 집회신고 인원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몰려 일부가 인근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대한약사회의 '약 자판기 저지 약사 궐기대회'에 집회신고 인원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몰려 일부가 인근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서는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5월 11일 직제개편을 통해 비(非)직제 부서인 ‘금융범죄수사팀’을 해체했다. 해당 팀에 근무하던 경찰 수사관 6명은 수사과 내 경제범죄수사팀, 지능범죄수사팀 등으로 재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2월 서울경찰청이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용산서에 전담팀을 꾸린 지 4년 3개월 만에 조직이 ‘공중분해’된 셈이다.

이를 두고 경찰 안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용산서는 이번 직제개편에서 교통과(+28명) 안보과(+10명) 공공안녕정보외사과(+8명) 인력을 대거 늘렸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각종 첩보 수집 필요성이 커지고, 관내 집회ㆍ시위 또한 폭증하자 관련 조직을 보강한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불법 시위를 수사하려면 인력을 더 확충해야 해 보이스피싱 전담팀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집시법 위반 사건 등은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담당한다”며 “향후 관내 집회ㆍ시위 수사 건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보이스피싱 수사 인력을 그쪽으로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서 사정에 밝은 또 다른 관계자도 “직제개편 이전부터 집회 업무가 급증해 전담팀이 차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전담팀이 집무실 이전의 ‘유탄’을 맞은 것”이라고 했다.

尹 대통령은 '보이스피싱 근절' 약속했는데…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 삼각지역 일대에 설치된 질서유지선 앞에서 경찰관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 삼각지역 일대에 설치된 질서유지선 앞에서 경찰관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최고권력의 터전을 옮긴 만큼 관할 경찰서의 인력 보강과 재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별다른 의견 수렴도 없이, 왜 하필 민생 수사 인력이 타깃이 됐느냐는 점이다. 이는 새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의 공약에 발맞춰 정부는 지난달 대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까지 출범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직제개편은 서울청과 대통령실이 협의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보이스피싱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용산서 측은 “기존 전담팀 인력은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보이스피싱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면서 “통상적 조직 개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전담팀 기존 인력 6명 중 3명만 지능범죄수사팀으로 재배치된 데다, 집회ㆍ시위 관련 불법행위, 다단계 사건 등 여타 범죄도 다루는 지능범죄 수사 특성상 이들이 보이스피싱 사건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전담팀과 동일한 수사 역량을 발휘해 성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김재현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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