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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그런 거 안 해요"...필리핀 마르코스의 '민심 달래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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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그런 거 안 해요"...필리핀 마르코스의 '민심 달래기' 행보

입력
2022.07.03 17: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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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추진하던 경제특구 법안 거부권 행사
버스요금 무료… 친서민 정책 추진 전면 나서
독재 미화 여전, 언론탄압 기조도 이어질 듯

지난달 30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국립박물관 앞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 인근에서 시민단체들이 '마르코스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마닐라=AP 뉴시스

지난달 30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국립박물관 앞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 인근에서 시민단체들이 '마르코스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마닐라=AP 뉴시스

'독재 가문 출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신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정경유착 고리 끊기, 물가 안정 등 적극적인 민심 잡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 승리 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독재 시절 회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정국 운영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3일 필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첫 공식 업무로 현지 대기업 '산미구엘'이 추진 중인 '불라칸 경제특별구역' 승인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의 여동생 '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이 발의한 불라칸 경제특구법은 지난 5월 필리핀 상·하원 의회를 통과했다. 불라칸 경제특구는 산미구엘이 수도 마닐라 북부에 연간 최대 1억 명이 이용 가능한 신공항을 건설하고, 인근에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경제특구를 개발하는 초대형 민간사업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복 특혜와 국가재정 약화가 우려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미 필리핀이 기업세제장려법(CREATE)을 적용하고 있어 별도의 경제특구가 필요 없는 데다, 중복 인센티브로 기업세 징수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에선 마르코스 대통령이 대선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자신의 여동생과 산미구엘의 '불라칸 정경유착' 의혹을 끊어내기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독재 시대나 가능한 정경유착 의혹을 끊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민심 행보는 민간경제 영역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은 현재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과 식량 안보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이에 그는 지난 1일 "수도 마닐라의 버스 요금을 올해 말까지 받지 말라"고 명령한 데 이어 자신이 직접 농업부 장관을 겸임할 것임을 공표했다. 물가와 식량 등 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를 자신이 직접 해결, 신정권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대통령궁에 입장하는 길에 선친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경호원, 간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필스타 캡처

지난달 30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대통령궁에 입장하는 길에 선친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경호원, 간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필스타 캡처

마르코스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독재 회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그는 지난달 30일 취임식에서 "독립 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나라에 많은 도로를 건설하고 식량 생산 증대를 이룬 마르코스 전 대통령처럼, 아들인 나도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며 독재 시절에 대한 미화를 이어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에 취한 민주진영 언론 '래플러'의 폐쇄 명령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그는 대선 기간 불거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롤(Troll·인터넷상의 선동 공작 세력)' 활용 의혹을 인정하면서 "필리핀 주류 언론이 나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고, 심지어 래플러는 항상 나를 공격했다"며 강한 반감을 보인 바 있다.

필리핀 외교가 관계자는 "마르코스 정권이 가장 민감해하는 영역은 야권의 정비와 재결집"이라며 "마르코스 역시 6년 임기 동안 두테르테처럼 민주 언론에 대한 탄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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