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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작당해 여성종업원에 '아이스' 섞은 술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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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작당해 여성종업원에 '아이스' 섞은 술 먹여"

입력
2022.07.09 10:00
수정
2022.07.09 17: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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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게임하다 종업원 화장실 간 사이 몰래 타"
"술 맛 평소와 다르고 몸 이상해" 가족에게 알려
유족 "아무것도 모른 채 사망… 간접 살인"

6일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입구에 마약 사용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뉴스1

6일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입구에 마약 사용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손님이 건넨 술을 마시고 숨진 여성 종업원 사건과 관련해, 손님 여러 명이 짜고 마약 추정 물질을 술에 몰래 타 숨진 종업원에게 마시게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족은 "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죽었다. 사실상 간접 살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서울 용산구 장례식장에서 만난 숨진 종업원 A씨의 어머니는 "딸이 화장실에 간 사이 (손님들이) '술 게임을 해서 (딸에게) 집중적으로 먹이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A씨의 어머니는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여성 종업원 B씨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A씨 어머니에 따르면, 5일 오전 5~7시 유흥주점에선 손님 4명(남성 3명과 여성 1명)과 종업원 A씨와 B씨 등 6명이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난 뒤 손님 C씨는 주점에서 700m가량 떨어진 공원 부근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차량에선 2,000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 추정 물질이 발견됐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 20분 자신의 집에서 사망했다.

유족은 사건 당일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B씨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었다고 한다. A씨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손님 중 한 명이 A씨 술잔에 흰색 가루를 탔다는 것이다. B씨가 "그게 뭐냐"고 묻자, 다른 손님이 "아이스"라고 답했다. '아이스'는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다.

손님들과 함께 술을 마신 B씨는 '아이스'를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B씨는 A씨 어머니에게 "손님들이 계속 흰 가루를 술에 타서 마시는 걸 봤다. 저걸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끝까지 잔에 뭐가 들어가는지 철저히 확인했다"고 전했다. B씨 말이 사실이라면, 사망한 C씨 이외에 나머지 손님 3명도 술자리에서 필로폰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A씨 유족은 사건 당일 주점과 경찰, 구급대 대처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술자리가 끝난 직후부터 침이 흐르고 오한이 와 몸에 이상을 느낀 A씨는 주점 측에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어떻게 마약방에 나를 넣느냐" "나중에 신고하겠다"며 항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A씨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술 마시는 게임을 했는데 손님이 준 술맛이 평소와 달랐고 몸이 이상하다"는 A씨의 전화를 받고, A씨 가족이 곧바로 주점으로 찾아온 뒤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마약류 시약 검사를 권했고, 구급대원도 "병원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A씨가 완강히 거부해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A씨 어머니는 그러나 "경찰이 왔을 때 이미 온몸에 약이 퍼진 상태였다"며 "정신이 혼미해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과 구급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딸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경찰관과 구급대가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병원을) 데려가거나 마약류 검사를 하면 처벌될 수 있다"며 "고인의 사망은 안타깝지만 당사자가 극구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망한 종업원 A씨와 손님 C씨의 1차 부검에선 사인으로 볼 만한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마약 투약 여부와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약독물 검사 등을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경찰은 술자리에 동석했던 손님 3명을 상대로 마약 투약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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