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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마약범 '먹잇감' 된 한국... 티백에 1만명분 밀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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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마약범 '먹잇감' 된 한국... 티백에 1만명분 밀수입

입력
2022.07.20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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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 한 알 태국서 1000원, 한국서는 10만 원
중국인 제치고 태국인 마약사범 압도적 검거
신종마약 찾는 한국, 구매 쉬운 태국 이해 일치

태국에서 야바(합성마약) 한 알에 1,000원(30바트)인데 한국에서는 10만 원에 거래됩니다. 단속을 한 번만 피해도 태국 마약사범 입장에선 대박을 치는 셈이죠.

마약 단속 경찰 관계자


국내에서 태국인 마약사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9년부터 외국인 중 중국인을 제치고 가장 많은 마약 범죄자가 잡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검거자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왜 태국일까.

태국, 외국인 마약사범 검거 최다

충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9일 택배를 이용해 신종 마약류 크라톰을 반입한 20대 태국인 여성 2명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올 1월 태국에서 크라톰 성분이 든 티백 제품 1만 포(1만 명 투약분)를 밀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크라톰은 동남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열대 식물로, 각성 효과가 강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최근 검경 갈등으로 비화한 대구지검과 대구강북경찰서 마약사건에도 태국인 마약사범들이 중심에 있었다. 경찰은 검거 당시 필로폰 113g과 야바 1,156정을 압수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태국인 마약사범 적발 규모는 크게 늘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외국인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을 보면, 태국인 마약사범 검거 건수는 2018년 189건으로 중국인(248건)보다 적었지만 2019년 429명으로 중국인(298명)을 처음 제쳤고, 2020년 721명, 지난해 77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벌써 431명이 붙잡혔다.

값싸고, 반입 쉽고... 태국發 마약 한국에 안성맞춤

2016년 이후 외국인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송정근 기자

2016년 이후 외국인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송정근 기자

태국 마약사범들에게 한국은 ‘빅마켓’으로 통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저렴하고 단속을 피하기 쉬운 신종마약을 찾는 한국 내 분위기와 대마초 합법화 등 마약류 단속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탓이다.

수법은 90일 무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뒤 불법체류자 신분을 유지하며 태국에서 국제우편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태국 정부가 올해 상반기부터 대마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는 등 마약류 구입이 수월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 마약사범들은 마약을 주로 허브차나 자동차 부품 등에 섞어 들여온다”며 “소포 수십 개 중 하나만 단속을 피해도 엄청난 수익을 내는,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태국 마약사범들이 점점 지능화해 단속도 쉽지 않다. 수령 장소로 특정한 집 주소를 지정한 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다가 경찰이 없는 점을 확인하고 택배를 챙겨간다고 한다.

한국의 달라진 마약유통 세태도 태국발(發) 마약이 활개치는 데 한몫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마약 범죄 연령대가 대단히 낮아지고,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마약사범들의 저연령화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저가의 마약이 범람하면서 태국인 마약사범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인 마약 범죄자들은 불법체류자인 경우가 많다”며 “법무부와 관세청 등 유관기관의 협력이 전제돼야 유통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청주= 한덕동 기자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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