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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과 경쟁하는 만 5세 어쩌나"…취학 연령 하향에 벌써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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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과 경쟁하는 만 5세 어쩌나"…취학 연령 하향에 벌써 거센 반발

입력
2022.07.30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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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25년부터 조기입학 시행
교사, 학부모 반발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
교총 "앞뒤 안 맞는 정책, 재검토 촉구"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교육부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교육책임제를 통한 교육 격차 해소'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기존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1~3월생, 4~6월생 등 만 5세를 출생 월에 따라 4구간으로 나눈 뒤 4년에 걸쳐 입학 시기를 당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벌써부터 반발이 거세다. 만 6세와 함께 공부해야 하는 만 5세들의 학력 격차가 예상돼 대입·취업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이른바 '박순애 세대'가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입학 연령대 25% 증가해도 현 역량으로 대응 가능"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교육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입학 시기를 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2025년부터 조기입학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되면 4년간 입학 연령 범위가 기존 12개월에서 15개월로 25% 넓어진다. 2025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연령이 만 6세인 2018년생과 만 5세 중 2019년 1~3월생이 되는 식이다. 2026년은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은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은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초교에 입학하고, 2029년부터는 만 5세 초교 입학이 정착된다.

순차적으로 입학 연령을 조정하는 이유는 특정 연도에 입학생이 2배가 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박 부총리는 "입학 연령대가 확대되더라도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25%까지는 지금의 교실과 교사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즉 입학 연령대를 12개월에서 15개월로 늘린다고 해서 절대 인원이 125%로 늘어나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성숙한 만 5세, 출발부터 불리한 경쟁"

입학 연령을 낮추자는 정책 제안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번번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 때문에 무산됐다. 이번에도 반발 분위기는 별로 다르지 않다. 한 학년을 40만 명으로 봤을 때 4년간 분산 시행하면 총 5년간의 출생자, 즉 200만 명이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입 및 취업 경쟁률 증가 탓이다.

특히 조기입학하는 만 5세들이 불공정 경쟁에 내몰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4년 동안 만 5세 아이들 25%는 만 6세와 경쟁해야 하는데, 이들은 미성숙한 상태에서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출발 단계에서 차이가 나면 학년이 올라가더라도 끝내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아동 성장 빨라졌다"

하지만 교육부의 생각은 다르다. 예전과는 학령인구, 아동 발달 속도 등에서 정책 결정의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학령인구 감소 폭이 커 전환기 학생 쏠림 현상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즉 대입·취업 경쟁률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과거에 비해 아동의 정서 발달 등 성장이 빠르다는 점도 고려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교 입학 연령이 만 6세로 적용된 건 과거 기준"이라며 "아이들의 발달이 빨라진 만큼 만 5세에 입학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조기입학 인원 급감… "연령 하향 대신 '유치원 학년' 신설해야"

교사와 학부모가 호응할 가능성도 적다. 지금도 초등학교 조기입학은 가능한데, 연도별 현황을 보면 인원수가 급감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2009년 9,707명이었던 조기입학 인원은 지난해 537명으로 10여 년 만에 95%가량 떨어졌다. 학부모들이 학력 격차 우려 등으로 조기입학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조기입학 선택권을 줬을 때 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는 만 5세 입학을 유예할 것이고, 무관심한 사회적 약자 등만 큰 고민 없이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의도와 달리 전환기 때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미국처럼 유치원에 해당하는 학년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게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대안을 제안했다.

이미 교사들 반응은 심상치 않다. 특히 시설·교사에 대한 투자 없이 입학 연령을 낮추려는 정부의 방안에 반대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교총은 "교육부가 밝힌 유보통합, 학제개편 등은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정책을 발표해 놓고 되레 교원 감축, 교부금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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