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취임과 함께 이민청 신설 및 운영 준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대통령 업무보고도 진행됐다.
그간의 논의를 통해 '생산가능인구의 절벽'이란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제대로 일할 사람을 이민을 통해 외부에서 영입하기 위한 범국가 차원의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로 '이민청'이 필요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 조직의 성격을 고려할 때 출입국 및 체류관리부터 국적관리까지 관련 기능과 법 체계를 관장하고 있는 법무부에서 외청으로 두는 게 합당하다는 데 이론이 없다.
그렇다면 신설될 이민청은 어떤 기능에 집중해야 하고 그 시대적 의미는 뭘까. 대통령에게 보고된 이민정책 관련 추진 과제는 외국인 데이터의 통합관리, 국경 관리와 불법체류자 관리 강화, 국내 출생 이민배경 아동의 등록, 지역 특화형 비자 제도 신설, 과학기술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영주 및 국적 패스트트랙제 시행 등이다.
이들 과제는 크게 두 가지 원칙과 흐름 아래 추진돼야 한다. 첫째, 이민 정책의 기본적 기능을 튼튼히 해야 한다. 부처 간 산재한 외국인 데이터의 통합관리와 국내 출생 이민 배경 아동의 등록도 마찬가지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공허한 지원 논의를 넘어 국내 체류 이민 배경 아동의 규모와 실태부터 정확하게 파악, 현재뿐 아니라 미래세대 이민자 사회통합체계의 기초를 굳건히 하는 게 절실하다.
둘째,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든 정책 역량과 자원을 포섭(cooptation)하는 순발력과 열린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 특화형 비자제도 신설은 지방 경제의 노동력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에만 치중하는 이민자 활용을 넘어 좀 더 체계적으로 지역인재를 확보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특히 인구감소 지역의 산업, 대학, 일자리 현황에 적합한 이민자 정착을 장려함으로써 지역 내 실생활인구의 확대, 경제활동의 활성화, 인구의 추가 유출 억제 등 복합적 정책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 더욱이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동포 단체의 의견 수렴 및 공감대 형성을 통해 협력적 거버넌스의 모범사례를 만들 수도 있다. 과학기술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영주·국적 패스트트랙제도의 시행도 이를 구체화하는 수단으로 주목된다.
무릇 제도는 수립된 뒤에도 사회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계속 진화한다. 법무부의 이민청 신설 추진 및 핵심과제 선정을 보면서 시대 요청에 부응하려는 진지한 고민과 개혁 의지가 느껴졌다. 이민청 운영을 통해 국가의 법질서 확립과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우리 미래를 맡길 인재를 넓게 포용하는 세계 일류 시민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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