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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칩4' 대신 中 포함 '칩5'로…사드 불안 이해해 달라"[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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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칩4' 대신 中 포함 '칩5'로…사드 불안 이해해 달라"[인터뷰]

입력
2022.08.08 04:30
수정
2022.08.08 14:5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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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인터뷰
"수교 당시 대사관 현판 들고 와"
"한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
"반중·반한 감정은 교류 부재 탓"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에서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에서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8월 24일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바로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으로 불리는 '반도체 공급망 대화'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협의체인데 이달 말 통보시한을 앞둔 우리 정부는 합류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2일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 공동 인터뷰에서 “중국을 배제한 작은 그룹을 만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칩4를 할 거면 중국까지 포함해서 칩5를 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서는 “(한국에 배치된) 사드에 대한 중국의 불안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0년 2월 부임한 싱 대사는 중국 외교부에서 손꼽히는 ‘한반도통’이다. 북한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해 우리 말에 능통하다. 1986년 외교관이 된 이후 20년 가까이 남북을 오가며 근무했다. 30년 전 서기관으로 한중수교 협상에 참여한 주한중국대사관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벌써 네 번째 한국에 부임한 그는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1992년 8월 2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이상옥(왼쪽) 외무장관과 첸지천 중국 외교부장이 외교관계 수립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2년 8월 2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이상옥(왼쪽) 외무장관과 첸지천 중국 외교부장이 외교관계 수립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_수교 30년을 맞는 소회는.

“30년 전 운 좋게 수교 협상에 참여했다. 중국에서 대사관 현판과 관인(도장)을 직접 챙겨 홍콩을 경유해 한국에 왔다. 이태원 크라운호텔 뒤에 빌라를 하나 빌려 임시로 대사관을 개관했다. 1992년 8월 27일(수교 체결 사흘 뒤)이었다.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30년간 양국 관계 발전의 경험자이자 증인이라는 점을 진심으로 뿌듯하게 생각한다. 서기관과 참사관, 공사, 그리고 대사로 네 번째 근무다.”

_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양국 관계가 세 단계 연속 도약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중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발효되던 순간 등 모든 순간순간을 잊을 수 없다. 양국이 수교 당시 초심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30년은 더욱 빛날 것이라 확신한다.”

_수교 당시 초심이란.

“양국 국민이 실질적 이익을 챙기는 것,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 무엇보다 구동존이(求同存異·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다.”

※싱 대사는 이날 '구동존이'를 네 차례 언급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2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에서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2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에서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_최근 '칩4' 논란이 뜨겁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협의체는 옳지 않다. (중국을 견제하는) 조그만 그룹을 만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해당 국가들은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교 당시 초심을 잃는 것이 된다. 중국도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한다. 또 하나의 큰 시장이기도 하다. '칩4'를 할 거라면 중국까지 포함해 '칩5'로 가야 한다.”

_’사드 3불’ 논란이 다시 불거졌는데.

“사드는 중국에 예민한 문제다. 미국(주한미군)이 사드를 한국에 가져와 중국을 향해 레이더를 비춘다. 중미관계도 안 좋은데 불안한 건 당연하다. 그걸 왜 이해해주지 못하나. (한국에서) 많이 이해해주고 타당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사드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3각 군사동맹 3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 3불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닌 우리 입장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_정재호 신임 주중대사가 "안보주권을 서로 존중하자”고 취임사에서 밝혔는데.

“구동존이 정신으로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도 그렇게 하겠다.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우리는 어디 이사를 못 간다. 수천 년 동안 붙어 살아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같이 간다. 친하게 지내는 길밖에 없다.”

_양국에서 반중 정서와 반한 감정이 심한데.

“코로나19로 양국 국민 간 정상적 교류를 못하면서 벌어진 일 같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얻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트래픽을 유발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 과정에서 오해로 인한 갈등이 많이 생겼다. 한국인이 중국에 와서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광복군 총사령부 등을 방문하면 과거 중국 국민들이 한국을 얼마나 도와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_어떻게 극복하나.

“양국 정부가 중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수교 30주년 이벤트를 활용해 양국 국민들이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_양국은 어떤 점에서 좋은 무역 파트너인가.

“우선 가깝다. 물류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교역액이 50배 이상 증가했다. FTA는 하나의 기둥이다. 양국이 실질적 이익을 많이 챙겼다. 중국은 18년 연속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됐다. FTA는 1단계이고 RCEP(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동반자협정)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 일각에선 ‘중국시장에 의존하는 시대는 갔다’고 하는데 경제인이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중국을 대체할 나라는 찾을 수 없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싱 대사는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슈를 먼저 꺼냈다. 펠로시 의장은 다음 날인 3일 대만을 찾았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기본 준칙이고 모든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 마지노선이자 레드라인이다. 한국과 수교 당시에도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한국도 그것을 잘 이해해주시고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줬으면 한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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