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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만 대놓고 음식은 주문 안해"...포천 백운계곡 식당주인들 '주차장'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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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만 대놓고 음식은 주문 안해"...포천 백운계곡 식당주인들 '주차장' 막았다

입력
2022.08.08 16:00
수정
2022.08.08 16:3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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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계곡 정비 뒤 식당 주차장 개방했지만
식당 사유지에 주차만 하는 얌체족 늘어
매출 반토막에 쓰레기 산더미 무질서 횡행
"이재명 떠나니까 막는 것이냐" 항의 받기도

4일 경기 포천 백운계곡 유원지 곳곳에 이용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종구 기자

4일 경기 포천 백운계곡 유원지 곳곳에 이용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종구 기자

“식당 주차장에 차만 대놓고, 집에서 싸온 음식만 먹고 가버리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경기 포천의 백운계곡 음식점 상인들이 전면 개방해 온 주차장을 막아섰다. 관광객들이 차량을 계곡변 식당 주차장에 세운 뒤, 식사는 집에서 싸온 음식으로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자 내린 결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계곡하천 정비사업’의 상징 지역인 백운계곡에서 식당 주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건 2019년 정비 사업 이후 처음이다.

8일 포천시와 백운계곡 상인협동조합에 따르면, 계곡변 식당 70여 곳은 지난달 중순부터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 관광객의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2019년 계곡 정비사업 이후 포천시 등의 요청으로 관광객 편의를 위해 사유지(임대부지)인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해 왔지만, 얌체 손님들 탓에 전면 개방 방침을 철회했다.

계곡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모(62)씨는 “식당 주차장을 이용하는 관광객의 절반 이상은 음식은 주문하지 않고 한나절 넘게 놀다 간다”며 “장사도 안 되는데, 주차장만 꽉 차 있는 걸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이 주차장 이용 문제로 관광객과 언쟁을 벌이는 일도 잦아졌다. 일부 상인들은 3년 만에 주차장 이용을 못하게 하자 “이재명 의원이 경기지사 그만두니 막는 것이냐”는 항의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포천 백운계곡 이용객이 계곡 내 금지된 화기를 이용해 취사를 하고 있다. 백운계곡 상인회 제공

경기 포천 백운계곡 이용객이 계곡 내 금지된 화기를 이용해 취사를 하고 있다. 백운계곡 상인회 제공

백운계곡은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300면에 불과한 공영주차장으로 주말이면 최대 1만 명까지 몰려드는 관광객의 주차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계곡변 식당들의 주차장 개방은 관광객 편의에 큰 도움이 됐다.

백운계곡 상인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포천시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백운계곡 식당 상당수가 정비사업 이전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이종진 백운계곡 상인협동조합장은 “경기도와 포천시 요청으로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사유지 주차장까지 내줬지만, 돌아온 건 생계 위협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비사업 이후 불법 좌대와 자릿세는 사라졌지만, 쓰레기가 늘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관광객들이 집에서 싸온 음식물을 먹은 뒤 버리고 가면 결국 치우는 건 상인들 몫이기 때문이다. 취사와 야영 등 계곡변 불법 행위도 주말이면 하루 40여 건씩 적발될 정도로 무질서가 되풀이 되고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계곡변 식당 메뉴 개발 등 상권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관광객들도 최소한 식사 한 끼 정도는 현지에서 소비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일 경기 포천 백운계곡변의 한 음식점이 얌체 손님의 이용을 막으려 주차장 입구를 막았다. 이종구 기자

4일 경기 포천 백운계곡변의 한 음식점이 얌체 손님의 이용을 막으려 주차장 입구를 막았다. 이종구 기자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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