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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연출로 연기 이력 무너질까 봐 공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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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연출로 연기 이력 무너질까 봐 공포스러웠다"

입력
2022.08.10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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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과 의기투합 '헌트' 10일 개봉

이정재 감독은 '헌트'에 대해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정우성 등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 감독은 '헌트'에 대해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정우성 등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태양은 없다'(1999)로 처음 만나 친구가 됐다. 2016년엔 의기투합해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했다. 속내를 오래 주고받아왔으면서도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동안 연기 호흡을 맞춘 적은 없다. 10일 개봉하는 '헌트'는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될 영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으로 지구촌 별이 된 이정재가 처음 메가폰을 잡고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더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일 오후 이정재 감독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와 둘 사이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예상 밖이었다. 이정재 감독은 멀쩡했다. 전날 저녁 '헌트' VIP 시사회 이후 새벽까지 이어진 뒤풀이를 주재한 이답지 않았다. 그는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 있는 일정 소화를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국내 언론 외에도 미국 매체들과도 밤늦게 화상으로 만나기로 돼 있었다. 미국 에미상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박해수) 후보에 오른 '오징어 게임' 홍보를 위해서였다. 이전과 달라진 이 감독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19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 '헌트'는 이 감독에게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다. 그는 '관상'(2013)의 한재림 감독이 "괜찮은 첩보물 시나리오를 각색 중이니 나중에 보여주겠다"고 말했을 때 '남산'이란 시나리오를 처음 알게 됐다. "한 감독과 '관상'을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좋았고, 매력적인 첩보물이 나오리라고 기대해"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한 감독이 원하는 대로 각색이 이뤄지지 않아 제작은 무산됐고, '남산'은 이 감독 뇌리에서 잊혔다. 이후 '남산'이 제작자를 찾는다는 소문이 들렸다. 아티스트컴퍼니 설립 이후 영화 제작을 적극 추진하던 이 감독은 귀가 솔깃했다. "시나리오 판권을 확보하고선 각색 작가를 찾았으나 마땅치 않았다." 이 감독이 직접 틈틈이 고쳐 써 나갔고, 결국 연출과 주연까지 겸하게 됐다. 그는 "기존 한국 첩보물과는 달리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헌트'에서 대통령 암살 음모를 추적하는 안기부 해외 파트 담당 박평호를 연기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는 '헌트'에서 대통령 암살 음모를 추적하는 안기부 해외 파트 담당 박평호를 연기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 감독은 "시나리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태양은 없다' 이후 기회만 되면 우성씨와 일하고 싶었는데 각색만 잘 되면 함께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4년 동안 쓰고 다시 썼다. 시나리오가 4번 크게 바뀔 때마다 정우성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출연 생각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것"이라는 조건을 달고서였다. 정우성은 초기엔 출연 의사를 딱히 보이지 않았다. 이 감독은 "전혀 얄밉거나 서운하지 않았다"고 했다. "출연 거부하고 거부 당하는 게 우리 일"이고 "일정이 안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감독은 "우성씨랑 제가 너무 친한 사이니까 '그냥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저희가 일에서는 정말 치열하고 깊게 고민한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4번째 제안에 출연을 받아들였다. 이 감독은 "정우성을 어느 영화보다 가장 멋있게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헌트’에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국가정보원 전신) 해외 파트를 담당하는 박평호를 연기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현장을 지휘해야 했다. '헌트'는 치밀한 준비 끝에 만들어진 흔적이 역력하다. 신인 감독이 주연까지 겸한 영화답지 않다. 이 감독은 "평소 그리 치밀한 성격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연출을 준비하며 연기로 쌓아온 그동안의 이력이 무너질까 봐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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