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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왜 폭우를 뚫고 퇴근했을까

입력
2022.08.1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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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9일 정작 여권 정치인들의 관심은 딴 데 쏠렸다. 사실상 강제 해임된 이준석 대표가 법적 대응을 할지, 새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가 언제 열릴지도 아니었다. 전날 115년 만에 폭우가 내렸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왜 정시 퇴근을 했는지를 가장 궁금해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금, 정무적 판단으로 봐도 “왜 그랬을까”라는 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에선 폭우ㆍ폭설 대응 실패를 국정 지지도를 가장 크게 깎아먹는 변수로 본다. 그래서 역대 정권은 재난ㆍ재해에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했다.

과거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인사들은 “비로 어디가 침수돼도, 눈을 제때 못 치워도 지지율이 3%포인트 가까이 폭락한다. 파괴력이 권력형 비리 못지 않다”며 “그래서 국정상황실 사람들은 매일 하늘만 쳐다보고 살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폭우를 뚫고 사저로 퇴근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뜻이다.

여권에서는 당장 “도대체 국정상황실은 뭘 한 거냐”며 참모진 책임이 크다고 성토한다. 윤 대통령은 9일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을 찾아 "(어제) 퇴근하면서 보니까 다른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하며 ‘재택 지시’ 논란을 되레 키우기까지 했다.

정부 한 핵심 관계자는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설사 윤 대통령이 퇴근하려 했어도 누구 한 사람은 막아 섰어야 하는데, 지금 대통령실엔 그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정권 내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통령실은 10일 “비에 대한 예고가 있고,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나”라며 대통령을 옹호하기 바빴다.

여당 보좌진과 국민의힘 사무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예고된 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애초 대통령실이 민심을 세밀하게 살피기 어려운, 정무적 판단 기능을 약화시키는 구조로 짜였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을 꾸릴 때 국회의원 보좌진과 당 사무처 출신을 2, 3급으로 ’늘공’(직업 공무원)보다 높여주던 관행과 달리 4, 5급으로 일괄 배정하다 보니, "월급이 깎이고 직급이 낮아지면서까지 대통령실로 갈 이유가 없다"며 고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편으론 ‘검공’(검사 출신)ㆍ늘공ㆍ어공(정무직 공무원) 순의 위계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대통령 의사 결정에 정무적 판단을 더할 통로가 막혔다. 보좌관 출신 대통령실 인사는 “계급이 깡패라고 말발이 안 먹힌다. 인턴처럼 매일 복사나 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여권 바닥 민심부터 "대통령실 개편 없인 안 된다"고 말한다.

여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폭우 속 퇴근으로 비대위 출범이라는 컨벤션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하락세를 돌려 세우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한다. 이는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 대통령실이 지지율을 만회하려 또다시 ‘만 5세 조기 입학’과 같이 ‘큰 거 한 방’에 기대려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실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싶겠지만, 지금은 지지율이 아니라 물가ㆍ주가ㆍ환율을 보고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 민생을 바로 세우는 것이 취임 100일도 안 돼 흔들리고 있는 정권의 기틀을 바로잡을 유일한 해법이라는 말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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