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투수율 52%... 빗물받이 등 보완책 시급
강남·서초 지하시설 많아 터널 공간 부족할 수도
빗물터널 완공에 10년... "배수체계부터 손봐야"
서울시는 10일 침수 피해 대책을 여럿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1조5,000억 원을 들여 강남역 등 서울 저지대 6곳에 시간당 95~100㎜의 폭우도 감당할 수 있는 빗물저류배수시설, 이른바 '빗물터널'을 만들겠다는 대책이다. 하지만 터널 완공까지는 적어도 10년이 걸린다. 폭우는 예고 없이 쏟아지는 만큼, 지금 당장은 ‘배수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절반, 빗물 안 스며드는데... 저류조 32곳뿐
11일 재난 전문가들에 따르면 빗물터널이 수해예방의 만능키는 아니다. △빗물저류조 확충 △물받이 등 배수시설 보완 △투수율 관리 등 보강이 필요한 대책이 수두룩하다.
현재 서울시가 설치ㆍ운영 중인 빗물저류조는 32곳이다. 저류조는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하수관에 들어가기 전, 물을 일시 보관해 천천히 내보내는 시설이다. 2010~2011년 수해 당시 시는 2017년까지 41곳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도 관악구에 한 곳 더 설치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노면에 고인 물을 하수관으로 옮기는 빗물받이 부족과 노후화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현재 서울에는 약 55만7,000개의 빗물받이가 있다. 서울시 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서울연구원이 펴낸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강남구의 도로 면적(㎢)당 빗물받이 개수는 4,047개로 전체 25개 자치구 중 3번째로 적었다. 서초구 역시 4,100개로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지역 모두 상습 침수 피해를 겪는 곳이다.
개수만 부족한 게 아니라 30년 넘게 쓴 빗물받이가 전체의 63.2%를 차지했다. 서울연구원 측은 “노후화가 반드시 물고임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파손, 성능 저하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투수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꾸준히 나왔다. 불투수율은 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서울의 불투수율은 최근 들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1962년 7.8%에 불과했던 것이 2020년엔 52%까지 치솟았다. 부산(27%), 광주(24%)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도심은 불투수율이 86%에 달하는 곳도 있다. 역시 강남구가 불투수 면적도 가장 넓다. 전체 39.5㎢ 가운데 22.45㎢(56.8%)가 불투수 지대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고 노면에 머물면 당연히 침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물을 잘 흡수하는 도로를 많이 깔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지반 여건 등 빗물터널도 난제 수두룩
서울시가 10년에 걸쳐 완공하겠다는 빗물터널도 시간을 두고 성사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예산은 물론, 지반 상황에 따라 설치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이번에 톡톡히 역할을 한 신월빗물터널이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됐지만, 2020년에서야 가동이 됐다. 시가 2011년 당초 계획한 7개의 빗물터널 중 완공된 곳도 신월빗물터널이 유일하다.
당시 빗물터널 사업을 기획ㆍ추진한 고인석 전 서울기술연구원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예산 확보가 어려워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를 설득해야 했다”며 “결국 돈 문제 때문에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양천구에 우선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탄을 마련하더라도 지반이 물러 터널 설치가 불가능하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강남ㆍ서초구에는 이미 많은 지하시설이 있어 터널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고 전 원장은 “엄청난 양의 물이 터널로 유입되면 충격도 어마어마하다”면서 “신월터널도 충격파를 실험하는 시뮬레이션을 거쳐 공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빗물터널을 확충하면서, 불투수층도 최소화해 빗물이 자연스럽게 지하로 스며들 수 있도록 배수 시스템 점검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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