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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쓰레기 주웠더니 우리 가족 고래·오징어 모양 과자 듬뿍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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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쓰레기 주웠더니 우리 가족 고래·오징어 모양 과자 듬뿍 받았죠"

입력
2022.08.16 04:30
수정
2022.08.16 1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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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제일기획 '씨낵(SEANACK)' 캠페인 진행
바다 쓰레기 주워 해양 생물 모양 과자와 교환
8회에 2,100명 이상 참여...709kg 쓰레기 모아

14일 강원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에서 정태영씨 가족이 쓰레기를 주워 와 과자로 교환하는 '씨낵 캠페인'에 참여한 뒤 과자를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속초=박소영 기자

14일 강원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에서 정태영씨 가족이 쓰레기를 주워 와 과자로 교환하는 '씨낵 캠페인'에 참여한 뒤 과자를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속초=박소영 기자


"와~ 오늘 최고 무게 3.3kg 달성이에요! 축하합니다!"

"과자 받아 가세요. 어떤 모양이 좋아요? 문어? 꽃게? 고래? 오징어?"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던 14일 일요일 정오의 강원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휴가철을 맞아 3년 만에 피서 인파가 몰린 광장 한 켠에서는 과자 증정식이 떠들썩하게 열렸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주워 오면 무게에 따라 바다 생물 모양의 과자로 교환해 주는 플로깅 캠페인, 씨낵(SEANACK)이 한창이었다.

강원도 고성에 사는 정태영씨는 가족과 함께 참여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캠페인이 속초해수욕장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고성에서도 산책길 쓰레기 줍기 행사에 참여했다"는 정씨는 "다음 주 개학을 앞두고 아이들과 추억도 쌓을 겸 일부러 속초까지 과자 담을 다회용 용기도 따로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정씨 가족은 30분 가까이 쓰레기를 주워 총 3.3kg의 무게를 달성했다. 정씨는 "요즘은 시민의식이 높아져 자기 쓰레기를 챙겨 가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도 "여전히 테이크아웃 커피를 담았던 플라스틱 컵이나 마스크, 담배 꽁초가 길바닥에 많이 버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양양 서퍼비치·경포·주문진·속초 해수욕장서 진행

14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서 제일기획과 환경재단이 진행한 씨낵 캠페인에서 한 참여자가 해변가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속초=환경재단 제공

14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서 제일기획과 환경재단이 진행한 씨낵 캠페인에서 한 참여자가 해변가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속초=환경재단 제공


씨낵은 제일기획과 환경재단이 한국관광공사, 롯데백화점의 후원을 받아 지난달 23~24일 주말 이틀 동안 양양 서퍼비치·경포·주문진·속초 해수욕장에서 진행한 민관 협업 플로깅 캠페인이다. 심각해지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알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바닷가 방문객 증가로 덩달아 늘어난 바다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김지은 환경재단 PD는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연간 7만 톤가량의 해양쓰레기가 지난해에는 12만 톤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며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작은 물고기들이 먹이로 착각하고 먹어 쌓이기 때문에 바다 생태계에 큰 위협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서객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고 덧붙였다.



피서객 참여 열기 높아..."일부러 전남서 주문진까지 오기도"

14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서 열린 씨낵 캠페인에 참여한 김대호(6) 어린이가 쓰레기와 교환한 과자를 다회용 용기에 담아 먹고 있다. 속초=박소영 기자

14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서 열린 씨낵 캠페인에 참여한 김대호(6) 어린이가 쓰레기와 교환한 과자를 다회용 용기에 담아 먹고 있다. 속초=박소영 기자


제일기획에서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쓰레기를 주워 오면 과자로 바꿔 주는 플로깅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피서객들이 주워 온 쓰레기 무게에 따라 바다 생물 모양의 과자를 주는 방식으로, 씨낵이라는 이름도 바다(Sea)와 과자(Snack)의 합성어다. 쓰레기를 주울 때 사용하는 비치클린 도구도 친환경 방식으로 제작하고, 수거한 쓰레기는 그 자리에서 재활용·일반 쓰레기로 나눴다.

서핑이 취미인 현혜원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는 서퍼들의 쓰레기 줍기 운동에서 힌트를 얻었다. 현 카피라이터는 "서퍼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자연을 빌려 즐거움을 맛봤으니 자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뜻에서 쓰레기를 3개씩 줍자는 운동이 있다"며 "서핑을 하는 동안 바다에 버려진 과자 봉지 등 쓰레기를 건져 슈트에 끼워 넣고 물에서 나와 버린다"고 말했다.

과연 사람들이 휴가 때 해수욕장에서 쓰레기 줍기를 할까. 이들은 참여 열기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며 놀라워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프로젝트 소식을 보고 일부러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문진해수욕장에서는 전남에 사는 가족이 씨낵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들과 방문했다. 이들은 모래에 묻혀있던 버려진 그물과 선박에서 버린 해양쓰레기까지 주워 쓰레기 무게 12.5kg을 찍었는데, 참여자들 중 최고 무게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 하는 '나'...플로깅 '인증샷'도

14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서 열린 씨낵 캠페인에서 진행자들이 사람들이 모아 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리해 둔 모습. 속초=박소영 기자

14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서 열린 씨낵 캠페인에서 진행자들이 사람들이 모아 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리해 둔 모습. 속초=박소영 기자


양양 서퍼비치에서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2주 뒤 주문진해수욕장에서 열린 캠페인에 또 오기도 했다. 현 카피라이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검색하다 씨낵 캠페인을 보고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강릉으로 온 다음 주문진해수욕장까지 와서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속초해수욕장에서도 환경보호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려는 가족들 외에도 친구나 연인과 함께 온 2030의 참여가 높았다. 이들 상당수가 과자를 받고 파란색 씨낵 트럭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이아진 제일기획 아트디렉터는 "플로깅 캠페인이 과거 쓰레기 줍기와 다른 것은 끝에 SNS에 올릴 인증샷이 더해진다는 점"이라며 "나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주워 오면 과자를 받는 보상이 주어지고, 좋은 일을 하면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에게 어필한다는 것이다.



환경재단 "목표했던 인원 훌쩍 넘었다"

11일 서울 용산구 제일기획 본사에서 해양쓰레기와 과자를 교환하는 플로깅 캠페인 씨낵(SEANACK)에 대해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은 환경재단 PD, 현혜원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이아진 제일기획 아트디렉터. 박소영 기자

11일 서울 용산구 제일기획 본사에서 해양쓰레기와 과자를 교환하는 플로깅 캠페인 씨낵(SEANACK)에 대해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은 환경재단 PD, 현혜원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이아진 제일기획 아트디렉터. 박소영 기자


이날 7시간 동안 쓰레기를 줍고 과자로 바꿔 간 인원은 모두 384명으로, 8회에 걸친 프로젝트 기간 중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8회에 걸친 씨낵 프로젝트 참여자는 총 2,021명, 쓰레기의 총 무게도 709kg에 달했다. 환경재단 측은 "목표했던 참여 인원을 훌쩍 넘겼다"고 말했다.

김 PD는 "바다쓰레기 문제는 사실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문제인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직접 주워 보니 바다쓰레기가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었다"며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이런 캠페인을 더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속초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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