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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을까...논란의 존엄사법 추적

입력
2022.08.19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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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격 · 케이티 엥겔하트 지음 · 은행나무 발행 · 528쪽 · 20,000원

죽음의 격 · 케이티 엥겔하트 지음 · 은행나무 발행 · 528쪽 · 20,000원

손가락부터 신경, 장기까지 모조리 기능을 소실한 80대 에브릴도, 앞으로 기억을 서서히 잃어갈 60대 데브라도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삶의 말미를 장식하는 것. 남의 손에 의지해 내일을 갈구하는 대신 제 나름의 숭고함을 지키며 오늘까지의 여정을 무사히 갈무리하는 것이었다.

‘죽음의 격’은 존엄사법을 둘러싼 논쟁을 추적하면서 ‘존엄한 죽음’이 무엇인지, 나아가 ‘존엄하지 않은 삶’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핀다.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6년간 법의 경계에서 부유하는 각국의 의사와 환자, 옹호론자와 반대론자를 끈질기게 취재한 결과다.

존엄사법에는 모호한 요소가 많다. 1994년 최초로 법을 통과시킨 미국 오리건주는 살 날이 6개월 이하이며 정신 질환이 없는 경우로 제한했다. ‘15일 간격으로 2회 요청’까지 해야 비로소 충족되는 이 법안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이들, 신체 질환과 비견될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존엄사는 허용하지 않았다. 캐나다, 벨기에 등은 세부 준칙을 매만지면서 보완에 힘썼지만, ‘누가 내 죽을 권리를 결정짓느냐’는 근본적 의문까지 제기되면서 존엄사법은 더 큰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저자에 따르면 존업사법은 "완전히 새로운 죽음의 성립을 전제하는 법"이다. 존엄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가 우리 삶의 의미와 우리가 속한 사회계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고백으로 가득 찬 이 책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현정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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