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초기 미국은 지원 무기 공개 소극적
6월 이후 장거리 공격 무기 지원...러 도발 없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수복 작전 총력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6개월을 넘어가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더 과감해지고 있다. 확전 우려 때문에 러시아 눈치를 살피느라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전쟁 초반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도 남부 헤르손 탈환을 위해 적극 공세를 이어가면서 전세 반전을 꾀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군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고 있다”며 “전쟁 초기와 달리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의 반응을 걱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지난 2월 24일 침공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항공기,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 특정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서방 국가는 분쟁 개입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은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스팅어 대공미사일 등 휴대용 소형 무기는 지원하면서도 폴란드의 미그-29 전투기 우크라이나 이전 계획을 거부하고 자세한 무기 지원 목록 공개를 피했다. 러시아의 눈치를 본 행보였다.
침공 초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며칠 내에 무너질 수 있고 게릴라성 전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미탱크나 헬기 등을 지원했다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가는 불상사를 염려해 초반에는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꺼렸다는 얘기다.
더힐은 “미군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난 3월과 4월 미니트맨 Ⅲ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연기하는 등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려 했다”며 “국방부 관리들은 지난 3월의 성공적인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결과도 2주 동안 비밀로 유지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는 6월 이후 달라졌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하이마스(HIMARS) 16대와 M777 곡사포 등 장거리 무기를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전력이 급상승했다. 특히 사거리가 80㎞에 달하는 하이마스는 러시아 무기고와 지휘소를 공격하며 전쟁의 판세를 바꿔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러시아의 약세도 미국이 노골적으로 우크라이나 편을 드는 계기가 됐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러시아는 항공기 부품이 부족해졌다. 병력 손실이 많은 러시아는 13만 명의 전투 병력 증강을 선언했으나 실제 전력 보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인들은 허세를 부리고 허풍을 떨었지만 도발을 하지는 않았다”며 “행정부는 초기에는 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러시아를 도발할 것이라는 걱정은 줄었다”라고 더힐에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남부 요충지 수복 작전을 통해 러시아군을 더 몰아붙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2곳, 동부 1곳의 마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인 3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을 되찾겠다고 선언한 뒤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헤르손 탈환 시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제2 도시 하르키우부터 남부 크림반도까지 러시아군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번 공세로 전쟁 전체 판세를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향후 휴전협상이 진행될 경우 영토 확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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