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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특허청장 "오늘의 특허는 내일의 성장… 변리사 소송대리제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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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특허청장 "오늘의 특허는 내일의 성장… 변리사 소송대리제 도입을"

입력
2022.10.05 04: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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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출신 최초' '여성 최초' 특허청장
"소송비 무서워 연구자 권리 포기 안 돼"
변호사단체 특허침해소송 독점에 직격
"변호사들, 변리사 쪽지로 법정서 얘기"
"특허청은 두뇌 집단… 직원 도우미 될 것"

이인실 특허청장이 지난달 30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 그 관련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이인실 특허청장이 지난달 30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 그 관련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특허권은 소리 없는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쓸 수 있는 최강의 무기다. 지식재산에 대한 배타적 권리 확보를 통해 상대의 추격과 공격을 막는 방패가 될 수 있고, 때로는 상대를 부릴 수 있는 창이 될 수도 있다. 지식재산권 등기 전쟁에 각국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유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오늘의 특허는 내일의 경제성장”이라며 “역대 정부가 지식재산 분야에 관심을 더 쏟아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변호사단체 반대로 도입되지 못한 ‘특허침해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청장은 “국익을 기준으로 본다면 (변호사단체의 반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0년 넘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 비극”이라고 직격했다.

이 청장은 산업부 관료 출신들이 독식하던 특허청 수장 자리에 민간인으로는 처음 오른 뒤, 특허 업무의 대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취임 4개월을 맞은 이 청장을 지난달 3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만났다.


-변리사의 특허소송 참여 제한을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매우 비효율적인 데다, 특허소송시장의 성장까지 막고 있다. 법정에 선 변호사들이 기술을 몰라 엉뚱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끊어 읽기를 잘못해 다른 용어가 되기도 한다. 방청석의 변리사가 변호사한테 쪽지를 줘가며 재판이 진행된다. 소송비용으로 큰돈 들였는데 재판까지 길어지는 거다. 변리사 소송공동대리제가 도입되면 싹 없어질 문제다.”

-소송시장의 성장을 막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대형로펌이 특허소송을 주로 맡는데, 비용이 매우 비싸다. 소송공동대리제 도입으로 중소로펌이나 청년 변호사ㆍ변리사가 소송대리에 나서면 비용이 파격적으로 낮아진다. 소송비가 무서워 중소기업, 연구자, 발명가가 권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 특허소송시장이 커져야 우리나라 특허 경쟁력도 향상된다. 지식재산이 제대로 보호돼야 새로운 지식재산이 계속 생기는 것이다.”

-청장이 변리사 출신이라 소송공동대리제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논점을 흐리기 위한 말이다. 관련 법안이 전임 청장 때 이미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했다. 영국, EU, 중국, 일본은 공동대리제를 진작 도입했고, 변리사가 단독으로 맡는 곳도 있다. 하반기 국회에선 법안이 상정,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인실 특허청장이 지난달 30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야심차게 추진한 퇴직 연구인력의 심사관 채용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명 이상 채용을 목표로 했지만,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는 67명만 허용했다. 특허청 제공

이인실 특허청장이 지난달 30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야심차게 추진한 퇴직 연구인력의 심사관 채용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명 이상 채용을 목표로 했지만,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는 67명만 허용했다. 특허청 제공

-내년에 퇴직 연구인력 67명을 특허 심사관으로 채용한다.

“연구실에선 물러났어도 최신기술을 평가하고 심사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인재가 많다. 이분들을 최소 200명 선발해 심사인력을 보충하고 기술유출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했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방침으로 3분의 1밖에 못 모시게 됐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를 계속 설득해서 확대해 나가겠다. 1년 넘게 걸리던 반도체 특허 심사기간을 두 달 만으로 줄인다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퇴직자들이 기술을 유출하나.

“연구 능력이 뛰어난 분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자리를 제안받는다. 그분들이 기술 유출 의사가 없더라도 머릿속에 각종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 그걸 굉장히 우려한다.”

-특허청 업무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가.

“자구 노력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 1인당 연간 심사건수가 206건에 달한다. 미국(72건), EU(58), 중국(91), 일본(164)보다 훨씬 높다. 심사투입시간도 1건당 10.8시간으로 중국(22시간)의 반도 안 된다. 이 때문에 한국의 특허 무효율은 47% 수준으로, 일본(15.2%)이나 미국(25.1%)보다 높다.”

-그래도 한국이 IP5(지식재산 선진 5개청 협의체) 일원으로 뛰고 있다.

“한국의 특허출원은 세계 4위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대비 출원은 세계 1위다. 덕분에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등 세계 지재권 분야 의제를 한국이 주도한다. 한국에선 특허청이 여러 외청 중 하나일 뿐이지만, 해외에선 한국의 위상이 매우 높다. WIPO가 최근 한국을 2년 연속 아시아에서 혁신 역량이 가장 높은 국가로 선정했다. 우리 기업들의 기술경쟁력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국회가 지재권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동조합에서도 높은 신뢰를 표시했다.

“2007년 특허청 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취임 100일만에 감사패를 받은 청장이 됐다. 심사와 심판 같은 특허청의 기본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소통에 힘쓴 것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한다. 특허청 직원 2,000명 중 1,400명 정도가 심사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그중 1,000명은 박사 이상의 국내 최고 수준의 두뇌 집단이다. 그들의 노력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기술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대응하겠다."

대전=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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