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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외면 비판 무릅쓰고 사우디 갔는데… 바이든, OPEC+ 감산에 "근시안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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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외면 비판 무릅쓰고 사우디 갔는데… 바이든, OPEC+ 감산에 "근시안적 결정"

입력
2022.10.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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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사우디, 러시아와 밀착
백악관 "OPEC+, 러와 협력 분명"
높은 에너지 가격 민주당에 악재

5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한 시민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알렉산드리아=EPA 연합뉴스

5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한 시민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알렉산드리아=EPA 연합뉴스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미국과 중동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발끈하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인권을 외면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무릅쓰고 방문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행보를 같이 하면서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되자 강도 높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미국, 다음달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 검토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의 국제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고통을 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OPEC+는 이날 성명을 내고 11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 45차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제 33차 비OPEC 장관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왼쪽 네 번째)를 비롯한 각국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빈=AFP 연합뉴스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 45차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제 33차 비OPEC 장관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왼쪽 네 번째)를 비롯한 각국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빈=AFP 연합뉴스

백악관은 또 미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최근 갤런(약 3.78L) 당 1.2달러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대통령이 국내 및 전 세계 동맹국과 취한 조치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11월에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과 단기에 국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있는지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또 정유업체에 제품 가격을 낮춰 마진을 줄일 것도 요청하고, 미국 의회와 함께 에너지 가격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협의하기로 했다.

11월 중간선거 악재 될라 우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차원의 성명을 내고 대응한 것은 유가 문제가 11월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때 갤런당 평균 가격이 5달러를 넘을 정도로 치솟았던 휘발유 가격은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평균 3달러 중반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준으로 미국자동차협회(AAA) 홈페이지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 당 3.831달러인데, 이번 감산 결정으로 갤런당 15~30센트 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미국 내에서 나온 상태다.

체감도가 높은 휘발유 가격은 ‘경제 실정 심판론’을 제기하고 있는 공화당에 유리한 소재다. 캐빈 북 클리어뷰 에너지파트너 국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높은 가격은 민주당에 악재”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비치를 찾아 허리케인 피해 상황을 확인하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포트마이어스=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비치를 찾아 허리케인 피해 상황을 확인하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포트마이어스=로이터 연합뉴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기름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리고, 국제 석유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자존심까지 굽혔지만, 사우디가 적극 협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향후 수개월 내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 OPEC+ 차원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으나 실제 OPEC+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감산 결정을 하면서 정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차원의 잇따른 감산 결정으로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셰일 가스를 증산하면서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시장 대응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도 이날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로 OPEC+가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비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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