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다음 달 2년 만 최대폭 감산
러시아와 손잡은 사우디...바이든, 중동외교 허탕
물가 상승 압박에 11월 중간선거도 불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원유 생산량을 2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 감산을 막기 위해 공들여온 '중동외교'가 사실상 실패로 끝난 데다, 원윳값 상승으로 물가는 더 불안해질 수 있어 내달 치러지는 중간선거 판세도 불리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중동외교 참사… 미 영향력 계속 줄어
OPEC+는 5일(현지시간)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 만의 최대 감산 폭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2% 수준이다. 앞서 OPEC+의 100만 배럴 감산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백악관은 지난 3일 감산을 "완전한 재앙"으로 규정하고 "적대적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OPEC+는 미국의 압박을 비웃듯 당초 예상을 2배 웃도는 감산을 단행했다.
원유 감산을 막기 위해 여론의 반대에도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를 방문했던 바이든의 '중동외교'가 사실상 실패로 끝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증산'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감산'이었다. 특히 이번 감산 결정을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중동국가들이 러시아 제재보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OPEC+의 감산 결정을 두고 "걸프만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중간선거 앞두고 물가 또 악재
미국 내부적으로는 물가가 문제다. 감산으로 한동안 안정됐던 국제유가가 다시 출렁이면 정점은 찍은 것으로 보였던 물가상승률이 재차 뜀박질할 수 있어서다. 이는 다음 달 8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7.76달러로, 지난 9월 14일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이날 장 중 한때 최근 3주간 최고치인 배럴당 93.99달러까지 올랐다. 6개월 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감산 '의지'와 '실행'은 다르다는 낙관적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상당수 회원국이 현재 생산 기준치에 못 미치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기에 실제 감산량은 하루 90만 배럴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감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선 다음 달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해 원윳값 안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풀어 석유 생산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하루 45만 배럴을 수출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면 수개월 내 2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건설적 조치 없이는 제재를 완화할 계획이 없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