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상태를 알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들어 8월까지 85조 원 적자다. 세수가 41조 원 늘었으나, 코로나 위기 대응 등 지출도 62조 원 증가하며 적자가 전년 동기보다 15조 원 이상 늘어났다.
앞으로 재정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올리면 취약계층, 다중채무자, 많은 빚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한 젊은 신혼 가구 등의 고통이 크다”고 정부 대책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에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13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지원은 변동금리 대출 고정금리 전환, 저금리 전세대출 한도 확대,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만기와 상환유예 연장 등인데, 여기에만 68조 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로 우리 경제의 가장 아픈 부분이다. 금리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가계 빚 위기가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면 과감한 재정 지출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감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다. 법인세 과표 단순화와 세율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을 추진하려 한다. 이 중 특히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찬성론자들은 대기업 감세 혜택이 종업원은 물론 협력업체, 골목상권으로 확대될 것이란 한가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세금을 낮추면 기업 경쟁력이 높아져 민간 부문이 활성화하고 세수도 늘어난다. 하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도 따져봐야 한다.
독감 고열로 까무러치기 직전인 환자에게는 영양제가 아니라, 해열제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정부가 취약계층이 나락에 빠지지 않게 보다 신속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면 세수를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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