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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내 죗값만 받겠다. 이재명이 명령한 죗값은 그가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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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동규 "내 죗값만 받겠다. 이재명이 명령한 죗값은 그가 받아야"

입력
2022.10.2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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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인터뷰] "남욱에 돈 받아 김용에 건넸다"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검찰에서 다 말할 것"
"정진상과는 100번, 1000번 넘게 술 마셨는데..."
"작년에 1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해놓고"
"작은 돌 하나에 안달… 큰돌 날아가면 어쩌려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내가 지은 죗값은 받겠다.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 받을 거고. 그 사람들이 지은 죄는 그 사람들이 벌 받을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밤 한국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그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공판을 마친 뒤 밤 늦게 경기도 인근 자택으로 돌아와 20분간 한국일보와 만났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사업자 측에 특혜를 몰아주고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작년 11월 기소됐다. 재판이 1년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그는 사건의 '핵심 인물'로 다시 떠올랐다.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4~8월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4,7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김 부원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2일 새벽 구속됐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대표가 이를 다 알았느냐"는 질문에 "모를 리가 있겠느냐”며 이 대표의 또다른 측근인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이름도 거론했다. 그는 "정진상이 나하고 술을 100번, 1,000번을 마셨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있어도 숨길 수 없는 게 행적"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돈을 전달한 자신의 잘못은 인정했지만, 자신의 '죗값'만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 이게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대선 자금 운운하는데 불법 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그는 "10원 한 장 받은 게 없다?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 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2021년 4~8월 남욱 변호사에게 8억여원을 받아서 김용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건가.

"그건 내가 말할 게 아니라 검찰이 할 일이다. 검찰에서 옳고 그른 걸 정확하게 말하고, 법정에서 밝혀야 될 일이다. 검찰에서 숨김과 거짓 없이, 내가 벌 받을 수 있는 건 벌 받을 거고, 같이 받을 건 같이 받을 거고, 그 사람들이 받아야 할 건 그 사람들이 받을 거고. 다 정확하게 말할 거다."

-그 돈이 대선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는데.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은 아까 그것뿐이다.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 법정에서 다 밝히겠다. 가릴 수가 없을 거다. 가릴 수 없으니까 두려울 거다."

-2014년에도 대장동 일당에게 1억여 원을 받아 김 부원장에게 전달했나.

"그건. '새발의 피'다.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이번에 8억 원 사건도 내가 오히려 연루되는 건데 왜 이야기를 하겠나. 내가 지은 죄만큼 벌 받으면 된다. 돈을 요구해 가지고 실컷 받아쓸 때는 언제고 만난 적도 없다? 내가 유령을 만났나?"

-(돈을) 직접 전달한 적이 있는 건가.

"그렇다."

-이재명 대표에게 전달했나.

"이 대표는 아니고, 김용. 20억 원 달라고 해서. 7억 원 정도 6억 원 정도 전달했다."

-그게 언제쯤인가.

"작년이다. 대선 경선할 때. 그때 내 휴대폰 버린 것, 내가 그래서 오해 받은 것부터 해서 내가 왜 중심이 돼버렸느냐. 중심이 아니었는데 중심이 돼버렸더라. 그렇게 사랑하던 형제들이 그런 짓을. 1년 동안 생각을 해봤다."

-경선이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말하는 건가.

"마지막 본선이 열흘 남았는데 (이재명 대표가 최종 후보로 선출돼 본선 직행이 확정된 건 10월 10일이고, 유 전 본부장이 휴대폰을 버린 시점은 9월 29일이다), 이길 것 같은데 안달이 난 거다 (대장동) 사건 터지니까. 그래서 1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XX해가지고, 내가 휴대폰 버렸다가 난리가 나고. 하여간 쌓여 있는 게 너무 많아 울분이 안 풀린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얼마라고 생각하면 되나.

"들어간 돈? 예를 들어서 유흥주점에서 술을 한 100번 먹었는데 술값 한 번 낸 적이 없다. (김용 부원장이? 정진상 실장이?) 정진상. 그것만 해도 얼마일까. 내가 벌을 받을 건 벌을 받고. (형량) 깎아주는 거 원하지도 않는다. 내가 지은 죄만큼. 가족들한테 우리 아이들 오래 좀 맡아줘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빠져나가려고 그런다고? 그렇게 안 된다. 그냥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거는 덮어 쓰면 안 되고. 이재명(대표)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거고. 그렇지 않나. 이게 맞는 거 아닌가."

-민주당에선 증언만 있고 증거는 없다고 한다. 검찰이 증거를 갖고 있는 건가.

"다 확보했다."

-민주당에선 당신을 지칭해 '핵심 주범'이라고 했다.

"웃기다. 재밌다. 옛날에는 동지였는데. 그 사람들이 중심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 돼 버렸다. 1년 동안 감옥 생활하면서 천장만 쳐다보고 2개월은 눈물을 흘렸고, 그러다가 책을 보고 성경도 읽고. 참 많은 책을 읽었다. 나중에 또 우울증이 오더라. 그래서 우울증 약 먹고 버티고 그랬다. 그들은 나에게 뭐라고 했느냐. 내가 숨길 수 없는 '시작'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시작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작은 돌 하나 던지는데 저렇게 안달이다. 정말 큰 돌 날아가면 어떡하려고. 정치적인 거 따지지 않는다. 내가 한동안 그렇게 살았던 게 참 바보 같고 후회스럽다. 내 가족도 못 지켰다. 내 재산을 검찰이 다 뒤져보니까 3,000만 원 나오더라. 김용하고 정진상은 월급 300만 원인데 여의도로 이사 가고, 정진상은 빚도 하나 없이 아파트 얻었다고 한다. 그게 가능한가. 나는 월급을 1,000만 원씩 받았는데 남은 게 3,000만 원이고 빚은 7,000만 원이다. 감옥 안에서 '저승사자가 있으면 빨리 나타나라. 한 번 좀 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두려운 게 있겠느냐. 회유? 협박?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해라. 내가 밝힐 거다. 구역질이 난다."

-작년 대장동 수사 초기엔 지금과 입장이 달랐던 것 같은데.

"지켜주려고 그랬다. 그들이 처음에 나를 회유하고 했던 건. 감옥 안에 있는데 가짜 변호사 보내가지고. 내가 검찰 가면 무슨 말 하나. 동정이나 살피고."

-그래서 마음을 바꾼 건가.

"내가 쓸데없는 걸 지키려고 내 가족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만큼 벌을 받는 건 누구나 다 공정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벌을 받아야지. 근데 왜 그걸 가지고 안 받으려고 피하려고. 10원 하나 받은 게 없다? 초밥이 10원은 넘을 거다. 그걸 몰랐다고? 그것만 몰랐을까?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거다."

-(김용 부원장이나 정진상 실장 등에게 돈이 건너가는 걸) 이재명 대표가 알았다는 말인가.

"모르는 게 있겠느냐. 정진상이 몰랐겠느냐. 나하고 술을 100번, 1,000번 마셨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릴 수 있어도 숨길 수 없는 게 행적이다. 눈앞에 찍힌 발자국을 어떻게 숨기나. 힘으로 누르겠다? 눌러보라고 해라."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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