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수능이 3주 남았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재필삼선’ 시대에 반수생까지 합류했으니 올해도 경쟁은 매서울 터다. 반수생은 대학을 다니거나 휴학한 상태에서 다시 수능을 보는 학생을 말한다. 대개 앞선 수능 때 점수에 맞추느라 원하지 않는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이 반수를 선택한다. 입시업계는 올해 반수생이 6만5,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 반수생은 소속 학교가 있기에 재수, 삼수생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입시업계에선 그래서 웬만한 각오 아니면 반수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의지와 절실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공부해봤던 시험이고, 지난 수능 땐 실수가 많았거나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했으니 다시 보면 결과가 나을 거란 착각에 쉽게 빠진다는 뼈아픈 진단도 있다. 설사 그렇대도 반수생이 늘면 대학 새내기를 꿈꾸는 고3은 애가 탄다. 가뜩이나 ‘넘사벽’ 동기들도 많은데 합격을 경험해본 쟁쟁한 선배들과도 경쟁하려니 초조할 수밖에 없다.
□ 직장 새내기를 준비하는 취준생 상황도 비슷하다. 단기간 근무 경험이 있는 사회 초년생들이 채용시장에 돌아와 다른 회사 신입사원으로 재입사를 노리는 경우가 늘어서다. ‘중고신입’이라 불리는 이들을 모든 기업이 선호하는 건 아니다. ‘일을 해본 젊은피’란 이점을 높이 사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언제든 다시 나갈 사람’이라 여겨 기피하기도 한다. 어쨌든 중고신입이 늘면 진짜 신입은 기회가 줄어든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선 취준생의 28.2%가 경력 선호에 따른 신입 채용 기회 감소를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꼽았다.
□ 반수생과 중고신입은 현재 처한 상황에 만족하지 못해 과거의 선택을 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미 확보한 이점을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유사하다.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가 반수와 재입사로 젊은이들을 떠미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니는 학교, 회사의 ‘간판’이 능력과 노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버린 지 오래다. 물건으로 취급받는 듯한 중고신입 대신 경력신입이라 불러 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니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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