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이후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금리를 결정하는 경제변수를 고려하면 지금 금리는 거의 정점 근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3년 수익률이 2020년 8월 0.8%에서 올해 10월에는 4.5%로 급등했다. 은행의 가계대출금리(가중평균 기준)도 같은 기간 2.6%에서 5%를 넘어섰다. 금리가 이처럼 오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높은 물가 상승률에 있다. 2020년 0.5%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에는 2.5%로 올랐고 올해는 5%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0월에는 3.0%까지 인상했다. 물가 상승률과 더불어 지방정부의 보증 미이행(일명 레고랜드 사태)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일부 금융회사 부실 우려도 최근 시장금리 급등을 초래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이다. 최근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3.1%다. 분기별로 보면 내년 1분기 4.8%에서 4분기에는 2.0%로 낮아진다는 전망이다. 그 이유는 주로 수요 위축에 있다. 물가 상승에 따라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의 실질소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주가와 집값 하락에 따라 소비심리는 더 위축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941조 원일 정도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 투자도 줄고 있다. 여기다가 10월부터는 수출마저 감소세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고 있는 소비, 투자, 수출이 감소하면서 우리 경제는 올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하반기에 경제가 회복될지라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해 시장금리가 먼저 떨어지고 있다. 10월에 4.5%까지 상승했던 국고채 3년 수익률이 11월 들어서는 3.8%로 낮아졌다. 우리나라 명목 잠재 GDP 성장률이 3%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멈출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조만간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리 상승에 따라 부채가 많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영업자나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기업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금리 상승은 가계 전체에는 이득이다. 가계는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자금 잉여주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금순환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우리나라 가계(비영리단체 포함)가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은 4,922조 원으로 금융부채(2,311조 원)보다 2.1배 많다.
요즘 은행에서 1년 만기 예금에 5% 안팎의 금리를 주고 있다. 최근 10년간 코스피 연평균 상승률이 5.8%였다. 3% 정도인 명목 잠재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매우 높고 지속할 수 없는 금리이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서둘러 예금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만기가 길수록 은행 대출은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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