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와 2차전서 1-1 무승부
‘토털풋볼’의 대명사 네덜란드가 90분 동안 슈팅 2개를 기록하며 최악의 공격력을 선보였다.
네덜란드는 26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를 거둔 네덜란드는 에콰도르와 A조 공동 1위(1승1무·승점 4)에 자리했다. 비록 조 선두 자리는 수성했지만, 네덜란드는 이날 참담한 경기력으로 자국 축구팬들의 우려를 샀다.
출발은 좋았다. 네덜란드는 경기 시작 6분만에 코디 학포(23)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을 잡았다. 데이비 클라선(29)의 패스를 받은 학포가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때렸고, 공은 상대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네덜란드는 이후 라인을 끌어올리며 반격에 나선 에콰도르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에콰도르는 전반 중반부터 집요하게 측면을 파고들며 네덜란드를 괴롭혔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페르비스 에스투피냔(24)이 코너킥에 이은 혼전상황에서 네덜란드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계속해서 맹공을 퍼붓던 에콰도로는 결국 후반 4분 결실을 맺었다. 에스투피냔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에네르 발렌시아(33)가 이를 침착하게 골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후 양팀은 공방을 주고 받았지만 추가 득점을 내지 못하고 승점 1씩을 나눠가졌다.
네덜란드로서는 굴욕적인 결과다. 네덜란드는 데일리 블린트(30), 프렝키 더용(25), 버질 판데이크(29)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피파 랭킹 8위의 강팀이다. 반면 에콰도르는 피파랭킹 44위에 불과한 ‘언더도그’다. 선수들의 시장가치만 10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전력차가 크다.
내용면에서도 에콰도르에 밀렸다. 이날 네덜란드는 슈팅 2개(유효슈팅 1개)만을 기록할 만큼 제대로 된 공격을 거의 하지 못했다. 득점 상황을 제외하면 골대로 향한 슈팅이 하나도 없었다는 의미다. 반면 에콰도르는 슈팅 14개(유효슈팅 4개)를 기록하며 네덜란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당연히 득점찬스도 더 많았다. 전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에스투피냔의 슈팅 외에도 후반 15분 곤살로 플라타(22)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며 네덜란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네덜란드는 ‘전원 공격·전원 수비’로 알려진 토털풋볼을 창시한 국가로, 늘 화려한 축구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막강한 화력으로 거침없이 몰아치는 네덜란드 축구에는 ‘섹시 풋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네덜란드 특유의 화려한 축구가 실종됐다. 첫 경기였던 세네갈과의 경기에서도 슈팅숫자(7개)에서 상대(11개)에 밀렸다. 학포와 클라선의 득점으로 2-0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골키퍼 안드리스 노퍼르트(28)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다면 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물론 네덜란드가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조별리그 최종전이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히는 카타르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무난한 조에 편성된 만큼, 루이 판할 감독이 대회 초반 힘을 비축하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네덜란드는 월드컵을 포함한 각종 메이저 대회에서 중반까지 센세이션을 일으키다 후반 들어 급격히 힘이 빠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실력과 명성에 비해 우승컵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첫 두 경기에 나타난 네덜란드의 처참한 경기력이 완급조절일지 세대교체 실패의 결과물일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를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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