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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워크숍 예산 유용 의혹"… 광주시 고용안정사업 또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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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워크숍 예산 유용 의혹"… 광주시 고용안정사업 또 도마

입력
2022.12.05 15:30
수정
2022.12.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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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고용안정추진단. 고용노동부 주관 고용안정선제대응패키지(고선패) 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광주시가 9개 세부 사업을 총괄 운영하기 위해 만든 사무국이다. 고선패 사업의 지휘 본부 역할을 하는 이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은 비영리사단법인 A연구원이다. 고용안정추진단 3개 팀 중 2개 팀을 A연구원이 맡고 있다. 그러나 단장(4급)과 사무국장(5급)은 광주시 공무원이 겸직하고 있다. 여기엔 막대한 사업비를 만질 수밖에 없는 A연구원을 광주시 통제 아래 둬 방만한 예산 집행을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광주시에 지원할 고선패 사업비는 466억 원(지방비 포함)에 달한다.

그렇다면 광주시가 고용안정추진단 구축 및 운영 사업 수행 기관인 A연구원의 예산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현실은 '아니올시다'이다. 최근 A연구원이 고선패 사업 자체 평가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예산을 부풀리거나 외부 업체에 행사 진행 용역을 주는 등 예산 낭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A연구원은 지난달 26~28일 제주시내 5성급 호텔에서 고선패 사업 평가 워크숍을 진행했다. 올해 고선패 세부 사업 추진 현황과 성과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게 행사 취지였다. 워크숍엔 광주시 경제창업실장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들과 세부 사업 수행 기관 관계자 등 45명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 소요된 비용(예산)은 총 3,619만8,300원으로, 전액 국비로 집행됐다.

이를 두고 당장 호화 워크숍 논란이 일고 있다. 워크숍이라면 광주시 공무원교육원 같은 곳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굳이 경비가 많이 드는 제주도 고급 호텔에 장소를 잡았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2박 3일 워크숍 기간 중 핵심 행사인 사업 실적(성과) 발표와 전문가 컨설팅에 소요된 시간은 10시간 정도에 그쳐, "겨우 한나절 행사를 위해 3,600여만 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하는 게 맞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다. 예산이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실제 광주시 고용안정추진단 워크숍(참석자 50명 기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A연구원은 호텔 식사 비용으로 900만 원, 숙박비(2인 1실)로 500만 원을 각각 지출했다. 그러나 광주시가 워크숍 예산 지출 증빙 자료라고 내놓은 호텔 인보이스(청구서) 내역엔 식사 비용과 숙박비로 결제된 금액이 876만6,000원이었다. 누군가 식비·숙박비 중 523만4,000원을 다른 데로 빼돌렸다는 얘기다.

식사 횟수도 뻥튀기됐다. 결과 보고서엔 워크숍 기간 참석자들이 호텔에서 1인당 3만 원짜리 조식·중식·석식을 각각 두 끼씩 모두 여섯 끼를 먹은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석식과 중식은 한 번씩밖에 먹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행사 첫날 오후에 제주에 도착한 터라 호텔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고, 그날 저녁도 호텔 뒤쪽에 위치한 한 흑돼지구이 전문 식당에서 회식을 했다. 결국 호텔 식사 비용 300만 원이 과다 계상된 셈이다.

대관료 집행을 놓고도 뒷말이 적지 않다. A연구원은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대관료로 각각 700만 원과 100만 원을 썼다. 여기에 빔 프로젝트와 음향 설비 등을 빌리는 데 57만8,000원을 지출했다. 그런데 광주시의회가 이 호텔에서 받아본 대회의실 대관료 견적 금액은 500만 원이었다. 특히 이번 워크숍처럼 50명이 호텔에서 만찬과 중식을 1회 이상 이용하면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대관료, 빔 프로젝트 대여비는 무료였다.

그러나 A연구원이 호텔과의 계약을 회의실 대관과 식사·숙박으로 나눈 뒤 계약 주체를 달리하는 '쪼개기 계약'을 한 탓에 대회의실 등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호텔과 식사·숙박 계약을 체결한 곳은 A연구원이 용역비 2,377만 원을 주고 워크숍 진행을 맡긴 행사 대행 업체였다. A연구원이 워크숍 진행 용역까지 발주한 사실이 알려지자 세부 사업 수행 기관들 사이에선 "A연구원이 돈을 주고 자신들의 일을 외부 업체에 떠넘긴 꼴"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더 황당한 것은 광주시 담당 공무원들이 A연구원에 대한 지도·점검을 마친 다음날 A연구원 관계자들과 함께 제주도 워크숍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A연구원 지도·점검 당시 예산 지출 증빙 자료 미비 사실을 적발한 터여서 워크숍 행사 참석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워크숍은 사전에 계획된 행사여서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며 "호텔 식사비와 숙박비 지출 금액이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선 계속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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