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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휴무제'...전국 지자체 민원실에 '철밥통' 논란

입력
2022.12.07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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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임금노동자" vs "지방행정시대 역주행"
대구 8개 구군, 내년 4월부터 6개월간 시범 시행키로
홍준표 "반대" vs 전공노 "내년 1월부터 시행하라"
전남은 절반이 도입, 8개 기초단체는 '신중 모드'
부산 동래구는 도입하고도 민원실 지켜
서울 인천은 직장인 민원인 폭주로 민원실 개방

전공노 대구본부 관계자들이 5일 대구도심을 누비며 '점심시간 휴무제 반대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대구=류수현 기자

전공노 대구본부 관계자들이 5일 대구도심을 누비며 '점심시간 휴무제 반대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대구=류수현 기자

6일 오후 1시 경기 수원시 권선동 권선1동 행정복지센터 앞. 오후 1~2시 점심시간 휴무제가 시작되자, 센터 직원들은 "교대 근무하지 않고 함께 점심 먹으며 쉴 수 있어 좋다"며 건물을 나섰다. 하지만 5분 후 센터를 찾은 홍모(61)씨는 굳게 닫힌 센터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인근 복지센터서 서류발급이 가능하다"는 말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민원실 공무원의 '점심시간 휴무제'를 둘러싼 '철밥통'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공무원도 임금노동자"라며 당위성을 주장하는 찬성 측과 "시민봉사에 역주행하는 철밥통 발상"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점심시간 휴무제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에게 휴식을 주는 제도로, 2017년 7월 경기 양평군을 시작으로 다른 기초자치단체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17개 시도에서는 여권발급 등 민원인의 발길이 잦아 아직 시행하는 곳이 없다.

6일 오후 1시 5분쯤 경기 수원시 권선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민원인이 출입문 앞에 써 있는 '점심시간 휴무제' 관련 글을 읽고 있다. 임명수 기자

6일 오후 1시 5분쯤 경기 수원시 권선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민원인이 출입문 앞에 써 있는 '점심시간 휴무제' 관련 글을 읽고 있다. 임명수 기자


대구서 촉발된 점심시간 휴무제

최근 번지고 있는 점심시간 민원실 휴무 논란은 대구서 촉발됐다. 지난 1일부터 대구지역 관공서와 도심 주요 거리에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대구 8개 구군에서는 점심시간에 근무하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대구에서는 당초 내년 1월부터 8개 구·군이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가 내년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시행한 후 10월에 주민여론 파악 등을 통해 정식운영 및 중단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가 내년 1월 즉시 도입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김용석 전공노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점심시간에 기초단체 민원실을 찾는 민원인이 적다"며 "무인민원발급기도 있기 때문에 노동권 보장 차원에서 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에 반대하고 있다. 화면 캡처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에 반대하고 있다. 화면 캡처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홍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시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교대근무나 유연근무라도 해서 민원실 폐쇄하면 안 된다"며 "24시간, 지하철 민원실을 운영하는 지자체도 있는데 민원실 폐쇄 주장은 지방행정시대에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자 전공노 대구본부는 "대구지역 8개 기초단체장이 홍 시장의 입김에 밀려 점심시간 휴무제 즉시 도입에서 후퇴했다"며 지난 5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와 도심 거리에서 '점심시간 휴무제 반대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규탄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역마다 제각각

22개 기초단체 중 절반이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 중인 전남에서도 논란은 진행형이다. 2019년 담양군을 시작으로 순천시와 해남군 등 11개 시·군이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 중인 전남에서는 내년 1월부터 목포시와 여수시까지 동참 예정이지만, 나주시와 보성군 등 8개 시·군은 신중한 입장이다. 전남지역 한 기초단체 공무원은 "무인민원발급기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이 대기를 하다가 민원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을 하거나 악성 민원을 넣는 경우도 많다"며 부작용을 토로했다.

올 1월부터 휴무제를 시행 중인 부산 동래구는 민원인 대기 공간이 없고 무인민원발급기도 전체 6대에 불과해 직원 1, 2명이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지키고 있다. 동래구 관계자는 "준비 없이 덜컥 시행하다 보니 민원인도 공무원도 모두 불만"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7월부터 울산 5개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 중인 울산 북구는 24대의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해 민원응대는 물론 직원들의 업무만족도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점심시간 직장인 민원인이 붐비는 서울과 인천은 아직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지금도 점심시간에 직장인 민원인이 많이 몰리는데, 휴무제 도입하면 민원이 폭주할 것"이라며 "지자체 사정에 맞게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목포= 박경우 기자
울산= 박은경 기자
수원= 임명수 기자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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