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반달곰 습격당한 60대 부부 사망…'관리 사각지대' 불법 곰 사육의 비극

알림

반달곰 습격당한 60대 부부 사망…'관리 사각지대' 불법 곰 사육의 비극

입력
2022.12.09 16:16
수정
2022.12.09 16:29
6면
0 0

습격당한 울산 부부 4마리 불법 임대
2019년과 2021년에도 곰 탈출 소동
보호시설 없어 벌금만 부과 '악순환'

지난 8일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에서 사살된 반달가슴곰. 독자 제공

지난 8일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에서 사살된 반달가슴곰. 독자 제공

울산에서 불법으로 곰을 사육하던 부부가 곰에 물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농장에선 지난해 5월에도 곰이 사육장을 탈출한 적이 있다. 불법 곰 사육에 대한 당국의 관리 소홀이 결국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8일 오후 9시 37분쯤 “곰을 사육하는 부모님이 농장에 간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가 알려준 울주군 범서읍 농장으로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60대 부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발견 당시 이들의 머리와 팔다리 등은 곰에 물려 외상이 매우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원인은 과다 출혈로 인한 저혈량 쇼크사로 확인됐다. 구급대는 경찰 및 엽사 등과 함께 이날 오후 11시 33분쯤 농장 우리 안팎에 있던 반달가슴곰 3마리를 모두 사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폐쇄회로(CC) TV가 없어 곰의 정확한 탈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사인이 명확해 부검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농장에서 곰 탈출 사고가 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5월 암컷 곰 1마리가 탈출해 2㎞ 떨어진 텃밭에서 출몰했고, 2019년 6월에는 농장주가 경북 경주에 주차했다가, 차량에서 탈출한 생후 2개월 곰이 첨성대 인근에서 구조되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농장주 A씨 부부를 공격한 반달가슴곰은 성인 남성 크기의 생후 4~5년생으로 경기도 용인의 B농장에서 불법 증식한 개체다. B농장은 웅담 채취 등을 목적으로 불법 증식한 곰 22마리를 포함해 모두 96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A씨 부부는 B농장에서 2018년 7월 4마리를 불법 임대해 키워왔으며, 1마리는 두달 전 병사했다.

반달가슴곰은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개체 증식이나 불법거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사육하던 종을 양도하거나 질병 감염, 인공 증식, 폐사 시에도 관할 환경부에 신고해야 한다. 위반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당국 처분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 부부는 2020년 10월 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1월에도 같은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추가로 선고받았지만 계속해서 불법으로 곰을 사육해 왔다. 몰수 후 보호시설이 없어 벌금형만 잇따라 선고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반복되는 불법 증식과 곰 탈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불법 증식 개체를 몰수해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있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곰 사육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전시관람용을 포함해 사육 중인 곰은 모두 621마리이며, 이 가운데 불법 증식된 곰은 파악된 것만 26마리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체 곰 사육 농가의 시설·안전관리를 전수 조사하고, 통계에 잡히지 않은 농가가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라며 “보호시설이 완공되면 불법행위에 대한 효율적 단속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