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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들, '돈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데... 팀장님들의 대처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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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들, '돈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데... 팀장님들의 대처 방법은

입력
2023.01.24 07:00
수정
2023.01.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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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년차 직장인 한모(29)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개념에 꽂혔다. 퇴사하진 않지만, '월급 받는 만큼만 적당히 일한다'는 뜻이다. 한씨는 "평생을 시달려온 경쟁체제에 지쳤다"라며 "주어진 일 이상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걸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최근 신입교육을 맡아달라는 인사팀의 요청을 거절했다. 회사에서 자신이 맡은 일의 범위를 넘는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조용한 사직'이라는 개념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단어는 지난해 7월 미국 뉴욕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유행처럼 번졌는데,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열정을 쏟아부어 일하는 '허슬 컬처(Hustle Culture)'에 반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해당 단어를 처음 사용한 엔지니어는 SNS에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썼다.

조용한 사직은 우리나라에서 'MZ 세대'로 분류되는 2030 세대 직원의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21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3,29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0%로, 20대(78.5%) 응답 비율이 50대(40.1%)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야근과 회식을 당연시하고 삶보다 회사 일을 중시해왔던 기성세대와 젊은 직원들 간 인식 차이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가장 곤란한 건 기성세대 관리직과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 이들을 조율해야 하는 '팀장님'들이다. 기성세대의 교육을 받으며 회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후배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30~40대 중간관리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상태다. 베스트셀러 '90년대생이 온다'를 쓴 작가이자 최근 '팀장, 바로 당신의 조건'을 공저한 임홍택 작가에게 '젊은 팀장들'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임홍택 작가는 지난해 출간한 '그건 부당합니다'에서 "젊은 세대의 태도를 논하기 전에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와이즈베리 제공

임홍택 작가는 지난해 출간한 '그건 부당합니다'에서 "젊은 세대의 태도를 논하기 전에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와이즈베리 제공

-'조용한 사직'이라는 말이 MZ의 문화일까.

"기성세대도 돈 받는 것 이상으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젊은 친구들 중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친구가 많다. 다만 젊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고 말하면서 마치 세대갈등이 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요즘 애들'을 대하는 팀장들은 어떤 태도를 가지는 게 중요한가.

"과거엔 개인의 역량에서 비롯된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이제는 그것보다는 조직 내 정해진 규칙을 미리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조용한 사직'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미루거나 안 하는 개념은 아니다. 예기치 못한 공동의 업무가 생겼을 때 나서서 그 일을 맡지 않겠단 거다. 팀장은 직원들이 추가 업무나 야근에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리 다 같이 모여 일 처리에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일지 토론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무작정 '당신이 하라'고 일을 떠맡기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어떤 건가.

"'합의'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월급과 복지, 업무 강도가 어느 정도라는 걸 충분히 알려준다면, 이를 감수하고 입사한 직원들은 반발하지 않는다. 보수적인 제조업 기업보다 자유롭기로 소문난 정보기술(IT) 기업 직원들이 더 크게 회사에 실망하고 반발하는 이유다. 팀장 입장에선 예정된 스케줄을 미리 팀원들과 공유해 예상치 않은 일이 자주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쪽의 역할만으로는 좋은 관계가 어려워 보인다.

"대학교 때 하던 팀플과 달리 회사생활은 계속 이어진다. 서로 조금이라도 손해보기 싫어하는 태도로는 어렵다. 서로를 '꼰대'와 '요즘 애들'로 정의해 선입견을 가지고 공격할 준비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규칙을 만들고 대화하다 보면 맞춰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식 때 '누가 고기를 굽냐'는 걸로 눈치보다 마음 상하는 일이 많은데,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고기를 직원이 구워주는 식당으로 가거나, 각자 앞에 음식이 나오는 곳에서 회식을 하면 된다. 편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직원들의 잦은 퇴사와 이직을 문제 삼는 기성세대도 많다.

"요즘엔 '개인'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과로사하거나 스트레스에 나가떨어지는 상태를 바라지 않는다. 15년 전만 해도 '몇 년만 더 참으면 선배들이 누렸던 걸 나도 누릴 수 있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게 통하지 않는다. 즉각적인 보상과 공정한 평가, 합리적인 대우가 중요하다. 인구가 급감하면서 앞으로 점점 직원 뽑기가 힘들어진다. 기업들이 나서서 직원이 이직하지 않을 만큼 좋은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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