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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돌본 중증장애 딸 살해한 어머니...법원 선처에 검찰도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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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돌본 중증장애 딸 살해한 어머니...법원 선처에 검찰도 항소 포기

입력
2023.01.27 12: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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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1심에서 징역 12년 구형했지만 집행유예
검찰 "피고인 진심으로 간병, 법원 판결 존중"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출입문 앞에 붙어있는 검찰마크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출입문 앞에 붙어있는 검찰마크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검찰도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은 앞서 이 여성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인천지검은 최근 살인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A(62)씨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형사사건의 항소 기간은 판결 선고 다음날부터 1주일이며 주말과 공휴일도 기간에 포함된다. 지난 19일 선고한 A씨 사건의 항소 기간은 전날인 26일까지였다.

검찰은 1심 판결이 구형량의 절반 이하로 형이 선고되면 대체로 항소했다는 점에서 이번 항소 포기는 이례적이란 시각이 많다. 검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시민위원회 심의와 인천지검 내부 검토를 거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모라도 자녀의 생사를 대신 결정할 수 없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살인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타인의 생명을 단절시키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명권을 박탈했고, 재판이 끝나기 전에 선처를 요청하는 경우 향후 유사사안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그에 상응하는 구형(징역 12년)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진심으로 간병했고 피해자가 중증 뇌병변 장애에 대장암까지 진단 받아 의사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쇠약했다”며 “피고인 자신도 정신적·신체적 고통으로 심신이 쇠약해 대안적 사고가 어려웠을 것이란 전문의 감정과 제도적 지원 역시 제한적이라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19일 "피고인은 38년간 피해자를 돌보고 보호했다. 대장암으로 인한 항암치료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선처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당시 버틸 힘이 없었고,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볼까 걱정돼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었다"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고 오열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시 연수구 아파트에서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사건 발생 수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았다. A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딸의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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